어린 시절 TV를 볼 때면 ‘바보상자’를 그만 보라며 부모님에게 꾸지람 들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바보상자라는 말처럼 과도한 TV 시청이 정신 건강에 해롭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 뉴질랜드 오타고데일리타임스에 따르면 오타고대학 연구팀은 어릴 적 TV를 많이 본 사람이 쉽게 술·도박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어렸을 때의 과도한 TV 시청과 성인이 됐을 때 중독 물질 사용 및 도박 장애를 갖게 될 위험과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이는 TV 시청과 같은 잠재적인 중독 행위가 훗날 약물이나 도박 등 중독 행위와 관련 있는지 살펴본 첫 연구다.
연구팀은 1972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1000명의 어린이 일생을 40년 넘게 추적 조사하는 것으로 유명한 ‘더니든 건강 및 발달 학제 연구’ 자료를 이용했다.
조사 결과 5세에서 15세 시기 과도하게 TV를 시청하면 성인이 됐을 때 알코올, 흡연, 대마초, 도박 중독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의 헬레나 맥어낼리 박사는 “사람들이 종종 TV 시청을 중독이라고 말하는데 이번 연구가 그것을 뒷받침해주고 있다”며 “어떤 사람들에게 있어 TV 시청은 중독 장애의 초기 단계가 될 수도 있고 나중에는 물질이나 다른 중독 장애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함께 연구에 참여했던 밥 핸콕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디지털 시대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중 보건 기관들은 안전한 음주와 성생활을 위한 계몽 활동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안전한 TV 시청을 위해서도 이와 비슷한 캠페인을 벌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소아과학회의 권고에 따라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하루 평균 TV 시청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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