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부부가 결혼 34년 만에 이혼 판결을 받았다.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재산 분할은 노 관장이 요구한 액수인 1조 3700억여 원에 한참 못 미치는 665억 원으로 결정됐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합의2부(김현정 부장판사)는 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서로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을 받아들여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 원, 재산 분할로 665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린 지 34년 만이다.
최 회장은 2015년 혼외 자녀의 존재를 인정하며 노 관장과는 성격 차이로 이혼하겠다고 언론에 공개적으로 밝혔다.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해 소송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을 받아들이겠다며 위자료 3억 원과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중 42.29%인 650만 주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종가 기준으로 1조 3700억 원에 이르는 액수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이 이혼과 재산 분할 소송이 마무리될 때까지 주식을 처분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했다. 법원은 노 관장의 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올해 4월 주식 350만 주의 처분을 금지했다.
최 회장 측은 재판에서 해당 지분이 고 최종현 전 회장으로부터 증여·상속받은 SK계열사 지분이 기원이므로 특유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혼인 전부터 보유해온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 분할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노 관장 측은 결혼 기간이 길 경우 증여·상속받은 재산도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로 맞섰다.
재판부는 “노 씨는 최 씨가 보유한 SK㈜ 주식 및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등에 대해 재산 분할을 청구했다”며 “이 가운데 재산적 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재산은 SK㈜ 주식”이라고 밝혔다. 재판부 이어 “노 씨가 SK㈜ 주식의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를 특유재산으로 판단하고 재산 분할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 등과 노 관장의 재산만 분할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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