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설 연휴를 앞두고 민생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00억 원을 투입해 1인당 최대 4만 원의 성수품 할인을 지원하기로 했다. 성수품 공급 물량도 역대 최대인 20만 톤 이상으로 결정됐다. 설 민생 대책으로 약방의 감초처럼 나오는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등도 이번에 포함됐다.
정부는 특히 올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만큼 총지출 638조 7000억 원 중 60%인 383조 2000억 원 이상을 상반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구조 조정이 한창인 공공기관은 역대 최대 규모인 34조 8000억 원을 상반기에 투자하기로 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4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설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대책의 핵심은 취약 계층의 지원이다. 우선 이달 20일까지 배추·사과·배·소고기 등 16개 주요 성수품 공급량을 20만 8000톤으로 늘리기로 했다. 평상시와 비교해 농산물 2.2배, 축산물 1.3배, 임산물 2.3배, 수산물 1.4배로 늘어난 규모다. 체감 물가를 낮추기 위해 300억 원을 투입해 할인 지원에 나서는 것도 눈에 띈다. 농축수산물 할인 한도는 1인당 1만 원에서 2만 원으로 늘리며 전통시장 한도는 최대 4만 원까지 늘렸다. 또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 구매 시 최대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현장에서 환급하는 행사도 병행한다. 한도는 1인당 2만 원이다.
설 연휴 기간(1월 21~24일) 고속도로 통행료도 면제된다. 지자체 및 공공기관 주차장도 무료 개방하고 연휴 기간 수도권 지하철 운행 시간도 오전 2시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취약 계층에 1186억 원을 지원해 전기요금도 깎아준다.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 계층 등 340만 가구가 대상이다. 또 복지할인가구는 월평균 사용량인 313㎾h까지 1년간 요금 인상 전 단가를 적용한다. 기초생활수급자가 313㎾h를 사용하는 경우 3만 5727원을 내야 했으나 이번 요금 할인으로 3만 1627원만 내면 된다.
재정 신속 집행 계획도 확정·발표했다. 올 상반기에만 전체 예산의 60%인 383조 2000억 원을 투입해 경기 침체를 방어한다는 복안이다. 중점 집행 관리 분야는 일자리 사업과 민생·물가안정 사업이다. 정부는 실익이 없는 일부 사업을 제외한 관리 대상 사업 예산 14조 9000억 원 중 상반기에만 70%인 10조 4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특히 정부 재정으로 취약 계층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는 직접일자리 104만 4000명 중 상반기에만 90%인 94만 명을 조기 채용해 어려움을 덜면서 고용 둔화도 막는다.
공공기관 역시 올해 63조 3000억 원을 투자한다. 이 중 상반기에만 34조 8000억 원을 집행한다. 지난해 같은 시기(33조 9000억 원)보다 9000억 원 많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다. 추 부총리는 “올해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정부는 원팀으로 당면한 위기 극복에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재정 투입과 공공기관 투자를 상반기에 집중하는 데는 어려운 경제 상황이 자리한다. 경기 침체 속에 고물가가 지속되는 만큼 취약 계층 지원과 기업 부담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다만 백화점 식으로 대책이 나열됐을 뿐 눈에 띄는 대책이 안 보인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간재 위주의 우리나라 산업 특성상 불확실성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외부 변수에 악재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상반기 경기 침체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미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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