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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즈와 아트페어 공동개최…韓미술시장 체질개선 기회로"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 단독인터뷰

소형화랑 재고관리 시스템 보급

화랑협회 작품공유 네트워크 구축

기형적 시장 구조 개선 가능해

"작가와 작품 사랑이 성공 비결"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 /사진제공=갤러리현대




“한국 미술시장 전체가 함께, 더 건강하게 발전해야 합니다. 프리즈(Frieze)와의 공동개최 5년은 우리 미술시장이 체질개선할 기회예요. 방향만 잘 맞춰가면 4년 뒤 한국 미술시장은 홍콩과 싱가포르를 제치고 완벽한 아시아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기회와 위기는 종종 동행한다.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Frieze)의 서울 개최는 전 세계 미술계의 관심이 한국으로 쏠리는 ‘기회’였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국내 화랑가의 ‘위기’를 드러냈다. 금리 인상·전쟁·전염병 등의 악재는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 거래 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넘겼음에도 마냥 기뻐할 수 없게 한다. 한국미술이 ‘K아트’로 도약하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아트페어 최고 경력의 전문가인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에게 물었다. 그는 다음 달 23일 선출하는 제21대 한국화랑협회장 후보로 출사표를 냈다.

도 대표는 박수근·이중섭·백남준을 발굴해 국내 전시로 소개한 박명자 현대화랑 창업주의 차남이다. 1991년 뉴욕대에서 스튜디오아트를 공부하며 서양미술사를 복수 전공하고, 프랫(Pratt) 대학원에서 작품 수복을 공부하던 그는 1997년 IMF 외환위기로 가업의 위기를 맞닥뜨렸다. 1996년 처음 스위스 아트바젤(Art Basel)에 참가해 상당한 호응을 얻은 갤러리현대가 외환위기 때문에 1998년 참여를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유학생이던 그는 김창열·심문섭·신성희의 작품을 직접 트럭에 싣고 바젤로 차를 몰았다. 갤러리스트로 전향한 계기였으며, 일찍이 세계적 아트페어에서 감각을 익힌 기회가 됐다. 2000년 귀국해 게르하르트 리히터, 로버트 라우셴버그, 쩡판즈 등의 국내 전시를 진두지휘한 그는 호황과 불황의 롤러코스터도 경험했고, 전문경영인에게 대표 자리를 내주고 현대적 경영기법을 화랑에 이식하는 결단의 시기를 보내기도 했다.

갤러리현대 50주년 기념전에 선보인 이우환의 설치작품(앞쪽)과 정상화의 회화 전시 전경. /사진제공=갤러리현대




도 대표는 “갤러리의 규모, 위치한 지역에 상관없이 더 많은 한국 화랑들이 ‘아트바젤’ ‘프리즈’에 참가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서 화랑의 재고관리 시스템부터 경매위주의 시장구조까지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어떤 작품이 들고 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원하는 고객에게 빠르게 정보를 제공해 판매로 이끌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함에도 많은 화랑들이 작품 입·출고와 재고 관리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하며 “갤러리현대를 비롯한 국내외 선진적인 갤러리들이 사용하고 있는 작품 관리시스템의 소프트웨어를 보급하고 사용 교육까지 제공해 체질개선의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집계(2020년 기준)에 따르면 전국 503개 화랑 중 종사자 4인 이하의 소규모가 전체의 90%다. 규모와 시스템은 격차를 만든다. 예경 조사에 따르면 전체 화랑의 60%가 연간 작품판매액이 5,000만원도 안 된다고 답했고, 매출 1억원 이하가 90%를 차지했다

갤러리현대 50주년 기념전에 이중섭, 박수근의 대표작과 관련자료들이 선보였다. /사진제공=갤러리현대


도 대표는 IMF외환위기를 넘기며 국제아트페어와 환율 등 경제시스템 이해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세계미술계의 큰 그림 속에서 한국미술의 콘텐츠가 경쟁력을 갖는다는 점을 깨달았기에 해외아트페어에서도 한국 근현대미술을 중심으로 선보여 왔다. 아쉬운 점으로는 2000년대 이후 미술시장이 급성장하면서 1차시장(갤러리)과 2차시장(경매 및 재거래)의 선순환구조가 파괴된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연간 3만점이 경매에 출품되고 약 2만 점이 거래되는 경매회사의 과다 출품 경쟁은 지속적으로 비판받아왔다.

도 대표는 “작품 관리 시스템을 바탕으로 회원 화랑 간 작품 공유 네트워크, 즉 B2B 온라인 마켓을 구축하겠다”면서 “화랑협회 회원 160곳이 연간 10점씩만 출품하면 양대 경매사의 연간 메이저경매 출품작 수를 압도한다. 작품 급매를 위해 경매에 맡기는 작품 수가 줄고, 경매로 유입되는 작품 수가 감소하면 자연스레 경매횟수도 줄어 옥션사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모두가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거래정보가 쌓이면 진위 및 가격 감정을 위한 데이터로도 활용 가능하다.

도 대표는 ‘이건희 컬렉션’으로 인한 미술품 수집과 기증에 대한 대중적 경외감, 컬렉션에 대한 MZ세대의 수요 증가를 거론하며 “한국 미술시장은 성숙화의 초기 단계에 진입했고, 미술 수요의 피라미드가 확장되고 있기에 기회의 시기”라고 진단했다. 그는 키아프를 통해 한국미술을 소개하는 특별전과 프로그램에 대한 특성화, 해외기업과의 콜라보레이션, 프리즈 기간에 맞춘 ‘아트위크’를 서울과 수도권을 넘어 전국규모로 점층적 확대할 계획도 펼쳐놓았다. “안목보다는 공부가 중요하다” 강조한 그는 “미술사를 공부하고 맥락을 찾아 작가와 작품에 대한 존경과 사랑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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