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재명 경기도지사(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을 위해 북한에 수백만 달러를 전달했다”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의 진술을 확보했다. 불법 대북 송금 의혹을 겨냥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가 직접 거론된 데다 ‘모르던 사이’라고 주장했던 김 전 회장이 돌연 입장을 바꾼 만큼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6부(김영남 부장검사)는 김 전 회장으로부터 쌍방울그룹이 2019년 4월 북한에 300만 달러를 추가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쌍방울그룹이 북측에 건넨 금액은 2019년 1월과 11월에 각각 전달한 200만 달러, 300만 달러 등을 포함해 총 800만 달러로 늘었다.
특히 김 전 회장은 11월에 건넨 300만 달러와 관련해 “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2018년 북한과의 교류 협력 사업 합의를 발표하며 ‘도지사의 연내 방북 가능성’을 언급했다. 경기도는 또 2019년 5월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에 방북 초청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방북과 관련해 북측이 돈을 요구했고 김 전 회장이 300만 달러를 건넸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또 2019년 1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북한에 전달된 500만 달러에 대해 “경기도의 북한 스마트팜 지원 사업 비용”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스마트팜 사업은 이 전 부지사가 2018년 10월 북한과 합의해 발표한 6개 교류 협력 사업 가운데 하나다. 황해도 지역 1개 농장을 스마트팜으로 지정해 경기도가 개선 사업에 참여하는 내용으로 2018년부터 추진됐다. 북측에서 “경기도가 스마트팜으로 개선하도록 지원해주겠다고 했지만 아직 지원이 없다”며 비용 대납을 요구했고 쌍방울그룹이 500만 달러를 보냈다는 게 검찰이 파악한 내용이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은 북한과의 거래에 대해 “이화영 (당시) 부지사가 도지사에게 모두 보고했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2019년 1월 중국에서 북한 측 인사와 함께한 자리에서 “이 부지사가 도지사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나를 바꿔줬다”며 이 대표와 통화한 사실도 인정했다. 김 전 회장은 그동안 “전화번호도 모른다”며 이 대표와의 관계를 부인해왔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불법 대북 송금 의혹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가 언급된 만큼 직접 조사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 전 회장이 쌍방울그룹이 북측에 수백만 달러를 전달한 배경으로 이 대표를 꼽은 만큼 소환 조사 등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기존 입장을 뒤집은 만큼 해당 진술을 토대로 수사 방향을 대북 송금 규모와 배경을 구체화하는 데 맞출 수 있다”며 “수사 과정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직접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검찰 내에서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치권 등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대장동·위례 특혜 의혹 수사와 관련해 2차 소환 조사 시기로 검찰에 2월 11일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월 4·5일 당 차원의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는 만큼 11일을 제시했다는 전언이다. 검찰은 이 대표 측의 제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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