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윌링앤딜링이 기금 마련을 위한 작품 판매전 ‘킵 고잉(Keep Going) #2’을 2일부터 5일까지 진행한다. 중진 조각가가 된 권오상부터 젊은 작가 서재웅까지 28명이 참여하며 흔히 만날 수 없는 소품들을 4만 원부터 최고 600만 원까지의 합리적 가격에 선보인다.
윌링앤딜링은 2012년 용산구 경리단길에 ‘비영리 공간’으로 처음 문을 열었고 2019년에 종로구 자하문로로 이전했다. 미술계는 공공성을 지향하는 비영리 기관인 ‘미술관’과 작품 거래를 통한 영리 추구의 ‘갤러리’가 큰 축을 이루는데, 권위적인 미술관은 새로운 미술에 민첩하게 반응하지 못하고 갤러리는 ‘돈 안 되는 예술’의 지원에 인색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1970년대 뉴욕에서 ‘대안 공간(alternative space)’이 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9년부터 대안공간들이 생겨났고, 2010년대 이후에는 다양성이 더욱 부각된 ‘신생공간’이 미술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됐다. 비영리 공간의 목적성을 갖고 국내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면서, 성장한 작가들이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갤러리의 역할을 겸하도록 변모 중인 윌링앤딜링이 그 중 하나다. 대안공간 루프와 광주·부산비엔날레, 안양공공프로젝트, 대림미술관, 국제갤러리 등 다양한 곳에서 경력을 쌓은 김인선 대표가 이끌고 있다.
권오상 작가는 아라리오갤러리 전속작가지만, 1999년 대학생 신분으로 처음 참가한 외부 전시의 기획자가 당시 ‘대안공간 루프’의 김인선 큐레이터였던 의리로 이번 전시에 참여했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전시 인증샷을 자신의 SNS에 올렸고, 독일의 국제 책 공모전에서 ‘2021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선정되기도 한 엄유정 작가도 오래된 인연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2014) 과 고양레지던시(2015)를 거쳐 실력파 화랑인 학고재와 BB&M의 러브콜을 받은 추상화가 윤향로를 일찍이 알아본 곳도 윌링앤딜링이었다. 박경률·백경호·장종완·추미림·권혜성·남진우·한성우·노은주·박노완 등 참여 작가 대부분이 윌링앤딜링의 ‘발굴’로 활동 초창기 시절을 함께 지냈다. 윌링앤딜링이 먼저 알아본 작가 대부분이 대형갤러리와 미술관의 관심을 받으며 성장한 까닭에, 전시 참여 작가들은 미래의 블루칩으로 성장할 ‘옐로칩’으로 불린다.
김인선 윌링앤딜링 대표는 “현대미술의 현장 속에서 작가들의 새로운 작업 세계를 소개하고 함께 프로그램을 만들며 미술 애호가들과 소통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면서 “다양한 신진작가를 발굴하는 일은 수익성과 무관하기에 ‘비영리’에 가까운 일이지만 작가들이 지속가능한 활동을 이어가려면 ‘판매’도 중요하기에 이를 절충한 신개념 플랫폼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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