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에서 사우나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 난방비 고지서를 받아든 뒤 영업을 그만둬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지난해 1월 1400만원이었던 전기 및 가스 요금이 지난달에는 1900만원으로 36%나 뛰었기 때문이다. 난방과 온수가 중요한 사우나 특성상 공과금은 민감한 문제인데 에너지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에너지 가격도 계속 올라 별다른 대안이 없어 정부 지원이 없으면 폐업에 내몰릴 처지다.
전기료와 가스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A씨처럼 폐업을 고민하는 소상공인들이 늘고 있다. 소상공인 99%가 난방비 인상에 부담을 느낄만큼 난방비 부담이 증폭되고 있지만 경기 상황은 나날이 악화되고 정부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상공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일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긴급 실태조사(1월 30일~2월 1일) 결과에 따르면 소상공인 1811명 중 99%는 난방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했다. ‘매우 부담’은 80.4%, ‘다소 부담’은 18.6%였다. 숙박업 및 욕탕업의 경우 ‘매우 부담’ 응답이 각각 98.5%, 90.0%에 달해 특히 심각했다.
전년 동기 대비 이번달 난방비가 10~30% 올랐다는 응답이 40.2%로 가장 많았고, 30~50%(31.3%), 50~70%(10.4%) 올랐다는 답변이 뒤를 이었다. 두 배 이상 늘었다는 응답도 6.4%에 달했다. 소상공인 85.1%가 이번달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줄었다고 답할 만큼 사업은 악화됐는데 난방비 부담은 커진 셈이다.
고정비용을 제외한 변동비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30%에 달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46.7%로 가장 많았다. 30~50%가 26.2%, 50% 이상은 17.1%였다.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숙박업은 37.4%, 욕탕업은 40.0%로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소상공인들의 대응책으로는 난방 시간과 온도 제한이 40.8%로 1위로 꼽혔고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응답이 35.8%에 달했다. 휴·폐업을 고려한다는 답변은 8.1%로 나타났다.
소상공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난방비 관련 지원 정책으로는 소상공인 난방비 요금 할인이 51.7%로 가장 많이 꼽혔다. 긴급 소상공인 에너지 바우처 지원(35.7%), 에너지 취약계층에 소상공인을 포함하는 등 법제화 마련(9.8%) 등이 뒤를 이었다.
소공연은 정부가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에 에너지 바우처 및 요금 할인 지원을 해주지만 법령상 지원 대상이 아닌 소상공인은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차남수 소공연 정책홍보본부장은 "가스와 전기는 소상공인 영업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며 "소상공인 생존권 보호 차원에서 긴급 에너지 바우처 등을 편성해 에너지 비용을 지원하고 에너지 급등 상황에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거를 법제화해 현재와 같은 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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