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 손님들이 많아졌어요. 빨리 한국에서도 여행객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침사추이 디오르 매장의 한 점원)
11일(현지 시간) 홍콩 쇼핑 중심가인 침사추이 지역은 중국을 비롯해 세계 각 지역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날은 중국 본토와 홍콩·마카오의 이동 제한이 완전히 재개된 이달 6일 이후 맞은 첫 주말이다. 흐린 날씨에 이슬비까지 내렸지만 양손에 쇼핑백을 든 사람들로 거리는 북적였다. 명품 매장마다 길게 줄을 선 관광객들은 매장 안을 쳐다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다. 40분 가까이 지난 끝에 입장한 디오르 매장에서 한 매니저는 “코로나19 기간에는 한국인 손님이 거의 없었지만 앞으로 많이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서구룡문화지구에 위치한 ‘M+뮤지엄’에는 개장 시간인 오전 10시 이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현지인을 비롯해 관광객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복합예술문화공간으로 꾸며진 이곳에는 ‘호박 작가’로 유명한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특별전을 보기 위해 관람객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도보로 10여 분 떨어진 홍콩고궁박물관은 입구부터 붐볐다. 지난해 7월 문을 연 홍콩고궁박물관은 중국 베이징의 고궁박물관 소장품 180만 점 중 914점을 대여해 전시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 노인부터 대학생, 자녀를 동반한 가족 단위 관람객들로 전시관 안은 관람이 힘들 정도로 북적였다. 광둥어가 아닌 푸퉁화를 구사하는 중국인이나 외국인도 자주 보였다. 입장객을 대상으로 통계 조사를 하는 직원의 서류에는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에서 온 관광객들이 다수 표시돼 있었다.
주말을 맞아 홍콩과 마카오를 오가려는 사람들로 페리 터미널에서는 티켓을 구하기 힘들 정도였다. 한국인 관광객 김 모 씨는 “오전에 일찍 왔는데도 현장 판매 표가 매진됐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홍콩의 방역 정책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고 사실상 폐지되면서 관광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홍콩은 2020년 3월부터 국경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2020년 12월부터 입국은 허용하면서도 최장 21일의 시설 격리를 의무화하는 등 본토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유사한 수준의 방역 조치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개방을 준비해왔다. 지난해 9월 입국자의 호텔 격리를 없애고 12월 입국자에 대한 유전자증폭(PCR) 검사와 밀접 접촉자 격리를 폐지했다. 지난달 8일 중국 본토와 격리 없이 왕래가 가능해졌고 이달 6일부터 인원 제한과 48시간 전 PCR 음성 증명서 요구도 없어졌다. 다만 한국인은 중국발(홍콩·마카오 포함) 입국자에 대한 입국 48시간 전 PCR 음성 증명서 제출이 필요하다. 이날 침사추이 지역에서 만난 한 한국인 관광객은 “다행히 코를 찌르는 검사는 아니지만 여행 중 PCR 검사소를 찾아가야 하는 불편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쇼핑과 미식의 천국으로 불리는 홍콩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홍콩 인구 750만 명의 7배가 넘는 560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이 찾았으나 2020년부터 3년간 여행을 위한 입국이 사실상 중단됐다. 관광산업의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홍콩은 2022년 경제성장률 -3.5%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관광업에 종사하는 한국인들도 힘든 시기를 겪었다. 한국인 가이드 이 모 씨는 “우리 회사만 해도 많게는 100여 명의 가이드가 있었지만 코로나19 기간에는 한인 슈퍼나 식당 등에서 일하며 버텼을 정도”라며 “하루 빨리 한국인 손님을 맞고 싶다”고 희망했다.
문을 걸어 잠갔던 홍콩은 2일 존 리 행정장관이 ‘헬로 홍콩’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히며 관광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관광산업 부흥이 경제 성장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홍콩 관광청은 다음 달부터 58만 장의 무료 항공권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항공권 50만 장 중 4분의 3은 아시아 지역 관광객에게, 8만 장은 마카오와 광둥성 등 이른바 ‘그레이터베이’ 지역 주민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홍콩 관광청은 올해 국제 수준의 전시 100여 개를 포함해 250여 개의 이벤트를 열고 100만 장 이상의 관광 바우처를 배포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줄 예정이다.
홍콩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국경 재개방으로 올해 홍콩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최고 5%를 기록해 ‘경제 회복의 해’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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