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소국 아일랜드가 지난해 유로존의 3배를 웃도는 경제 성장을 이룬 데 대해 가브리엘 마클루프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가 직접 나서 ‘건실한 성장’임을 강조했다. 일각에서 아일랜드가 낮은 법인세율을 내세워 유치한 다국적 기업들의 활동이 ‘착시 현상’을 만들어냈다는 지적이 나오자 반박한 것이다. 실제로 다국적 기업이 아일랜드 경제에 미친 긍정적 효과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마클루프 총재는 1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사람들이 아일랜드의 경제 성장이 다국적 기업으로 인한 허상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아일랜드는 많은 상품, 특히 의약품을 생산하고 있으며 세계 10대 의약품 중 아일랜드산의 비중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일랜드의 성장은 사람들이 있는 ‘진짜 공장’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아일랜드의 경제성장률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데 대한 반응이다. 지난달 발표된 아일랜드의 지난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2.2%로 유로존 경제성장률(3.5%)의 3배를 웃돌았다. 더 나아가 지난해 4분기 아일랜드가 3.5%의 성장률을 이루지 않았더라면 유로존의 4분기 성장률(1.9%)이 ‘제로’에 수렴했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구글·애플·메타·인텔 등 많은 다국적 기업이 아일랜드에 유럽 본사를 두고 있어 실제 생산과 무관하게 국내총생산(GDP)이 높게 나타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의 수출과 보유 자산이 ‘아일랜드 것’처럼 집계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율은 12.5%로 유로존 평균(지난해 기준)보다 9%포인트나 낮다. FT는 아일랜드 경제가 다국적 기업 유치에 힘입어 최근 크게 성장한 것은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데모 올리어리 굿바디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아일랜드에서 외국인 직접투자로 인한 고용이 5년간 8% 증가했다며 “이 일자리들은 법인세와 더불어 아일랜드의 세수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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