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2년 차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서방과 중국·러시아 간 갈등이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격화되는 분위기다. 중국은 전쟁 관련 입장을 담은 문서를 발표하며 우크라이나전에 본격 등판해 휴전을 촉구하면서도 일방적인 대러 제재에는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미국은 싸늘한 반응을 보이며 추가 제재를 가했고 유엔도 러시아 철군결의안을 채택했다.
24일 중국 외교부는 전쟁 1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위기의 정치적 해결에 관한 중국의 입장’을 공개했다. 중국은 “대화와 협상만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신속한 대화 재개를 주장했다. 12개 항으로 구성된 입장문은 핵무기 사용 금지, 양측 간 전쟁포로 교환 등으로 위기를 해소하라는 주문과 함께 전후 재건을 위해 국제사회도 노력해야 하며 중국 역시 건설적인 역할을 할 용의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중국은 서방의 ‘독자적인’ 대러 제재 중단을 촉구했다. 중국은 “일방적인 제재와 극단적인 압박은 문제 해결에 실패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위원회가 승인하지 않은 모든 일방적 제재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또 “세계 경제의 정치화·도구화 및 무기화에 반대해야 한다”며 산업망과 공급망의 안전 보장도 촉구했다. 이는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이 되는 제3국과 기업체 등에 대한 제재에 반기를 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이 같은 피상적인 평화 촉구에 냉소를 보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CNN 인터뷰에서 중국이 “모든 국가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1항’에서 끝냈어도 됐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군대를 철수시키면 이 전쟁은 당장 내일이라도 끝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 제기된 러시아에 대한 중국의 무기 공급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은 이 같은 움직임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 국무부는 중국이 러시아에 물적 지원은 물론 군사 원조까지 검토하는 조짐을 보인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중국은 전날 열린 유엔 긴급 특별총회에서도 러시아를 규탄하는 결의안 표결에 기권하며 중립을 표방했다. 유엔 회원국들은 23일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원칙 관련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러시아에 대해 즉각적인 철군 요구와 함께 법적 책임을 제기했다. 이 결의안은 전체 180개국 가운데 141국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러시아와 북한·벨라루스 등 7개국은 반대표를 던졌고 중국·이란·인도 등 32개국은 기권했다.
이런 가운데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경제·군사 지원 논의에 속도를 내며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이날 주요 7개국(G7)은 전쟁 1주년을 맞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함께 화상 정상회의를 진행했다. 전날 열린 G7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올해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을 390억 달러(약 50조 7000억 원)로 증액한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각국 정상은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과 함께 대러 제재의 구속력을 높이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무기 지원 의혹과 함께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교전이 격해지자 일각에서는 전투기 등 서방의 과감한 무기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러시아군의 잇단 포격으로 남부가 위험에 처했고 동부의 상황도 매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리시 수낵 영국 총리 측은 G7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전투에서 '결정적인 우위'에 설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하도록 촉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날 우크라이나에는 독일산 주력 전차인 ‘레오파르트2’가 처음으로 도착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이날 개전 1년을 맞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해 앞서 지원하기로 했던 전차 14대 가운데 첫 번째 전차의 상륙을 알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에 대해 “러시아군의 공격이 격화함에 따라 서방이 군사 지원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뤄진 상징적인 제스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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