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통신3사와 금융지주에 이어 주류 회사에까지 신(新)관치에 나서면서 해당 종목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울상 짓고 있다. 시장 질서를 따르지 않는 정부의 인위적 개입이 기업 가치에는 악재로 인식되고 있어서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KT를 매수한 개인들은 6.2%의 손실을 보고 있다. 개인들은 이달 KT를 총 1238만5624주를 순매수했다. 순매수 대금은 1837억 원이다. 평균 매수가(매수대금을 매수량으로 나눈 값)는 3만1833원이다.
KT의 27일 주가(2만9950원) 대비 6% 가량 낮은 수준이다. 관치논란이 시작되기 전 KT 투자자들의 성적표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관치 논란이 시작된 1월 말(1월 25일) 이후 KT 주가는 16% 넘게 급락했다. KT의 주가가 3만원 아래로 내려간건 2021년 12월 이후 약 1년 3개월 만이다. KT는 이달 개인이 순매수 6위 종목이다.
이달 들어 SK텔레콤(4만5026원·-0.17%)이나 LG유플러스(10833원·-0.4%)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 역시 보합권이지만 손실 중이다. 공정위 시장감시국은 27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에 대한 현장조사를 했다.
그나마 금융지주들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상황은 좀 나은 편이다. KB금융(-1.78%), 우리금융지주(-0.6%), 신한지주(-0.3%) 등의 주가 하락 폭은 크지 않아서다. 신한지주는 플러스(2.5%)를 보이기도 했다. 금유지주 주가는 정부가 ‘이자장사’ 비판을 하면서 연초 외국인을 중심으로 주가 강세가 이어졌지만 2월 들어서는 주가들이 꼬꾸라졌다.
KB금융은 이달(27일 기준) 들어 9.4%, 신한지주는 7.4%, 하나금융지주는 6.6%, 우리금융지주는 5% 급락했다.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은 27일 신한 국민 하나 우리 농협 기업 등 6개 은행 본점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이고 대출 금리와 고객 수수료 담합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주류 업체에 투자한 개인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달 하이트진로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의 평균 매수가는 2만5150원으로 27일 기준 4.3%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기획재정부는 주류업계의 소주 가격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국세청은 최근 주류업체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소주 가격 인상에 대해 우려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방비 등 공공요금 인상으로 여론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소주값까지 오를 가능성이 커지자 정부가 사실상 인상 흐름에 제동을 건 것이다. 맥주나 막걸리와 달리 소주는 주세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소주는 출고가가 오르면 세금이 오르는 구조이기 때문에 소주업체가 가격을 올리지 않는 한 세금 인상은 없다.
그럼에도 주류업계는 소주에 들어가는 주정(에탄올)의 주재료인 타피오카 가격 상승으로 소주 출고가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앞서 주정을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지난해 이미 주정 가격을 10년 만에 7.8% 올렸고, 이에 따라 소주 출고가도 덩달아 80원가량 인상됐다.
관치 논란은 기업에 악재로 인식된다. 자연스러운 경영 활동을 방해할 수 있어서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KT CEO 교체와 관련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경영진 교체 시 성장 전략과 주주이익환원 정책 측면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존재한다”며 “차기 KT CEO가 결정나고 본인의 경영 비전을 선포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 당분간 불안한 투자 환경이 지속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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