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타게 기다릴 만했다. 내리 8화를 한 번도 끊지 않고 볼 만큼 몰입도가 높았던 파트1을 능가한다. 흐름이 끊길 걱정은 할 필요도 없었다. 더 뜨겁고 매운맛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었으니.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 파트2 공개를 앞두고 지난달 27~28일 9~10화가 언론에 선공개 됐다. 9화는 동은(송혜교)의 빌라를 찾은 연진(임지연)과 그의 남편 도영(정성일)이 마주치면서 시작된다. 연진은 더 이상 동은의 학교폭력(학폭) 가해자였다는 사실을 감출 필요가 없어졌고, 본격적으로 동은을 공격할 거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연진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나며 작품의 긴장감은 한껏 높아진다.
9~10화만으로도 ‘더 글로리’가 왜 굳이 파트를 나눠 공개하는지 알 수 있다. 파트1과 2 사이에 3개월의 공백기는 격화되는 이야기의 한 템포 쉬어가기 전략이다. 소재의 무게감과 자극성이 주는 파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파트1만으로도 기승전결이 분명했지만 그건 맛보기였고, 진짜 절정은 파트2에 있었다.
파트를 나누는 기준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파트1(1~8화)이 동은의 아픔과 복수의 계기를 보여줬다면, 파트2(9~16화)는 동은과 연진이 서로 물고 뜯는 양강 구도에 집중했다. 가장 큰 연출의 차이점은 파트1이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서사 중심이고, 파트2는 명오(김건우)의 실종 전 숨겨진 이야기가 퍼즐 조각처럼 짜맞춰지는 것이다.
반성이라고는 없는 연진의 폭주는 가장 큰 관전 포인트다. 연진이 내뱉는 모든 말은 기상천외하다. 기어코 동은을 상대할 새로운 고데기를 찾아내는 연진의 악독한 행태에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된다. 시청자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대사와 행동들이 점철돼 있다. 동은이 연진을 향해 “입을 찢어 버려야 하나”라고 응수하는 것에 무한 공감을 할 수밖에 없다.
회수될 떡밥도 충분하다. 정신적 조력자 정도의 역할만 했던 여정(이도현)이 본격적으로 등판한다. 김은숙의 회색빛 세계에 유일하게 따뜻함을 담당했던 여정의 섬뜩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매번 동은 앞에서 기죽지 않았던 연진도 수를 쓸 수 없게 만드는 여정의 계획 안에서 두려움에 떤다.
조력자일지 적일지 모를 의미심장한 캐릭터는 또 다른 재미다. 재준(박성훈)이 운영하는 편집숍 시에스타의 점원이자, 연진의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경란(안소요), 그리고 연진이 새롭게 찾은 고데기인 동은의 엄마 미희(박지아)의 분량이 커진다.
‘더 글로리’가 최종화까지 달려갈 수 있는 동력은 ‘학폭의 그림자는 끝까지 지울 수 없다’는 것이다. 파트1부터 언급된 동급생 소희(이소이)의 죽음은 연진의 트리거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고 살아온 연진의 무리에게 소희 죽음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곧 파멸이다. 동은이 그림자 안에 숨겨진 연진의 실체를 어떻게 세상에 드러낼 것인지, 남은 회차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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