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오는 소중한 것들은 모두 사소한 것들로부터 태어난다. 그 사소한 것들은 소소해 보여도 사람의 인생이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그러기에 삶이 주는 사소한 힌트를 놓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또다른 내일을 살기 위해 기울여야 할 중요한 노력이다.
영화 '오토라는 남자'(감독 마크 포스터)는 베스트셀러 '오베라는 남자'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소중한 사람을 잃은 후 죽고 싶어 했던 남자가 어떻게 살아나갈 이유를 찾게 되는지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한평생 사랑했던 아내와의 이별 후 모든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오토(톰 행크스)에게는 그저 이웃에게 매일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못된 심보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를 단편적으로 본 이웃들은 그를 고집불통 꼰대라고 욕하지만 그는 사실 한때 누구보다도 따뜻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따뜻했던 시절을 잊은 채, 오토는 상실감에 아내를 따라가려 한다. 하지만 여러 번의 극단적인 시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력은 새로 이사 온 한 이웃에 의해 처참히 실패한다. 그의 이름은 마리솔(마리아나 트레비노)로 약간은 푼수끼가 있는 남편과 그를 계속 쫓아다닌다. 사다리와 공구를 빌리는가 하면 운전을 해서 목적지로 태워달라고까지 한다. 처음에는 짜증이 가득했던 오토도 결국 그들이 눈에 밟히기 시작하고, 점차 오토는 자신의 삶에 변화가 찾아왔다는 것을 직감한다.
'오토라는 남자'는 은근하고 따뜻하게 다가온다. 인생의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직접적으로 묻는 영화는 많지만 이토록 은은하게 메시지를 전하는 영화는 흔치 않다. 극중 그 누구도 주인공에게 죽지 말아 달라 부추기지 않고, 주인공도 살려달라 간절히 애원하지 않는다. 영화는 드라마틱한 관계 사이의 사건들을 제시하지 않고 관객들에게 그저 등장인물들의 고즈넉한 인생을 보여주며 인생의 교훈을 전할 뿐이다.
더불어 '포레스트 검프', '터미널' 등 사람들이 꼽는 대표 인생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배우 톰 행크스가 주인공을 맡으며 그만이 연기할 수 있는 '오토라는 남자'를 완성시켰다. 그의 오랜 연기 내공은 고집 아래 따뜻한 마음이 느껴지는 한 노인의 모습을 훌륭히 표현해냈다.톰 행크스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한 조연들도 상당한 연기력을 자랑한다. 그중에서도 우연히 오토를 알게 된 이웃인 마리솔, 마리아나 트레비노의 연기가 마음에 남는다. 따뜻한 마음, 그리고 명석한 두뇌를 가진 엄마로 오토에게 삶의 의미를 가지게 해 주는 메인 캐릭터인 마리솔을 마치 실제 본인인 것처럼 스스럼없이 연기했다. 오토와 콤비로서 스크린 밖으로 뿜어내는 매력은 다수의 등장인물들 속에서도 단연 빛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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