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전 독재자의 딸이 부정부패로 축적한 돈으로 총 2억 파운드(약 3157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드러났다.
13일(한국시간) 영국 BBC는 인권단체 ‘프리덤 포 유라시아(Freedom For Eurasia)’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슬람 카리모프 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의 딸 굴나라 카리모바가 불법 자금으로 영국, 홍콩 등에서 거액의 부동산을 쓸어 담았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는 프리덤 포 유라시아가 현지시간으로 14일 공개할 예정으로 카리모바의 부동산 쇼핑에 쓰인 돈은 뇌물수수와 부정부패로 마련됐으며 영국의 회사들이 돈세탁에 동원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카리모바는 1989년 집권해 2016년 사망하기 전까지 우즈베키스탄을 통치한 이슬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장녀다. 한때 카리모프 전 대통령의 후계자로 지목됐던 그는 가수, 보석 업체 경영자, 외교관 등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카리모바는 지난 2014년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감춘 뒤 부정부패 혐의로 가택에 구금됐다는 설이 제기된 가운데 2017년 12월 형을 선고받았다. 2019년에는 가택연금 조건을 위반해 수감됐다.
검찰은 카리모바가 영국, 러시아, 아랍에미리트(UAE)를 포함한 12개국에서 7억6000만 파운드(약 1조1998억원)가 넘는 자산을 주무른 범죄 조직의 일원이었다는 혐의를 제기했다.
카리모바 일당은 불법 자금으로 사들인 부동산 중 일부를 이미 매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카리모바는 체포되기 전에 의심스러운 자금을 이용해 영국, 스위스, 프랑스, 두바이, 홍콩 등 다양한 국가에서 14개의 부동산을 구입했다.
프리덤 포 유라시아 보고서에 참여한 톰 메인 연구원은 "카리모바 사례는 역대 최대 뇌물수수·부정부패 사건의 하나"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특히 카리모바가 영국 런던 안팎에서 사들인 부동산 5건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카리모바는 버킹엄궁 인근 벨그라비아 고급 주택단지에 있는 아파트 3채와 메이페어의 고급 주택, 전용 호수가 딸린 서리의 주택을 구매했는데 이들 부동산의 가치는 총 5000만 파운드(약 788억원)로 추산된다. 벨그라비아 아파트 3채 중 2채는 2013년 팔렸다. 벨그라비아 세 번째 아파트와 메이필드·서리의 주택은 영국 중대비리수사청(SFO)에 의해 2017년 동결됐다.
카리모바는 공식서류에 남자친구인 루스탐 마두마로프 등을 수익소유자로 올려놓고 영국, 지브롤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회사를 활용해 수백만 달러를 세탁했다고 보고서는 주장했다. 특히 이 자금으로 부동산은 물론 3300만 파운드(약 521억원)짜리 개인 제트기를 구매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BBC는 카리모바의 부동산 구매에 영국 회사들이 이용됐는데도 관련 혐의로 조사나 처벌을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해외 범죄자들의 불법 재산 축적을 막으려는 영국 당국의 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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