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장이 거듭 바뀐 후 맛이 삼삼해져 곤란했던 DCEU가 이번엔 제대로 된 상차림을 준비했다. 남녀노소가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며 마지막에는 감동 어린 교훈까지 잊지 않고 디저트로 챙겨준다. 기대감만 조금 내려놓는다면 가족들과 함께 하는 이번 주말의 디너 코스로 손색이 없을지도 모른다.
'샤잠! 신들의 분노'(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는 신들의 힘을 갖게 된 빌리(애셔 엔젤)가 위탁 가정에서 만난 친구들과 함께 슈퍼 히어로의 힘을 나눠 가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평소처럼 사람들을 소소하게 도우며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 앞에 칼립소(루시 리우)와 헤스페라(헬렌 미렌), 그리고 앤시아(레이첼 지글러)가 나타나며 위기가 찾아온다. 그들의 목적은 자신들의 세상을 재건하는 것, 챔피언으로 임명되어 사람들을 지키기로 맹세한 아이들은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위협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블랙 아담'(감독 자움 콜렛 세라) 이후 "샤잠!"은 숙면을 부르는 주문이 된 줄만 알았건만, DCEU가 이번만큼은 관객들을 재우지 않기로 단단히 다짐했나 보다. 헤스페라와 칼립소의 강렬한 첫 등장부터 시작해 그들이 벌이는 신계 재건 대작전으로 인해 벌어지는 나비효과들을 나열하는 방식은 클리셰긴 해도 눈을 뗄 수 없다.
CG 또한 저스티스 리그에 속한 DCEU의 메인 캐릭터들에게도 견줄 만큼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자랑하며 크나큰 볼거리를 제공한다. 작품 전반에는 '해리 포터' 시리즈와 게임 '스타크래프트'를 연상시키는 판타지적 요소들을 품은 신들이 등장하는데 퀄리티가 매우 훌륭하다.
가장 칭찬해 주고 싶은 점은 DCEU에 가장 필요했던 한 가지, 개연성이라는 걸 드디어 보여준다는 점이다. 타임라인 상으로 DCEU의 전작이었던 '블랙 아담'이 마치 진상 취객처럼 다짜고짜 시비를 걸고 이유 없이 삶의 터전을 때려 부수는 명분 없는 싸움을 했다면 '샤잠! 신들의 분노'는 명확한 의사를 지닌 빌런과 그들을 막는 주인공들의 희생의 방식을 세세하게 표현한다. 또한 앞으로의 DCEU 전개와 부담스럽지 않은 연결을 보여준다.
가족영화로서는 굳이 깔 부분이 없다는 점도 흥행에 있어 강점으로 작용할 부분이다. 물론 '조커'(감독 토드 필립스)나 '다크 나이트'(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같은 무게감 있는 명작들을 뛰어넘는다고 말할 수 없으나 '샤잠! 신들의 분노'는 남녀노소 관객들이 보기에는 꽤 편한 작품이다. 더불어 이 시리즈의 근원이 되는 가족의 의미, 그에 담긴 교훈에 도달하는 안정적인 기승전결은 훈훈한 여운을 남긴다.
앞서 짚어낸 모든 포인트를 제외하더라도 MCU와 DCEU의 재미가 무엇인가. 본편이 별로여도 흥미로운 몇 초짜리 쿠키 영상이 있다면 러닝타임에 쏟아부은 시간이 얼마가 됐든 나름 용납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DCEU의 다음 행보를 기대케 만드는 쿠키영상 2개 있으니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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