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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힙한 동네'인 줄 알았는데…성수동에 거대한 이것 만든다

■오세훈 시장, 성수 ‘글로벌 미래업무지구’ 구축 계획 밝혀

아일랜드 '그랜드커낼도크' 벤치마킹

세계적 수변 복합 명소 탈바꿈 구상

고층 업무시설 GFC, 2025년 착공

글로벌 정보·미디어·테크 기업 유치

저층·최상층은 공공여가시설로 개방

한강·서울숲 연계…덮개공원 조성도

오세훈(가운데) 서울시장이 16일(현지 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시 도크랜드 현장에서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시




한강과 가까워 최적의 입지를 자랑하는 서울 성수동 삼표 레미콘공장 부지가 본격적으로 개발의 포문을 열며 대대적인 변신을 시도한다. 1977년에 지어진 이곳은 국내 산업 발전과 궤를 같이한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은 물론 여의도 63빌딩, 청계천 복원 공사와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롯데월드타워 등의 공사장에 레미콘을 공급하며 서울 건축 현장을 뒷받침했다.

오랫동안 국내 산업화의 일등 공신으로 평가 받았지만 서울의 몇 안 남은 알짜배기 땅에 위치한데다 인근에 대규모 주거 단지와 서울숲이 조성되면서 삼표 레미콘공장 부지(2만 7828㎡)는 개발 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2009년 현대자동차가 이 부지에 110층 규모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을 추진했으나 무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하지만 2017년 서울시와 토지 소유주인 현대제철, 공장 소유주인 삼표산업은 공장 이전 협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8월 공장을 철거했다.

이러한 삼표 레미콘 공장 부지에 글로벌 첨단 기업들이 입주하는 초대형 오피스(업무 시설)가 들어선다. 민간투자 사업으로 추진되지만 오피스 저층과 최상층은 개방해 시민 여가 생활 공간으로 활용한다. 한강변 초대형 오피스를 중심으로 상업·숙박·주거·문화 등 지원 시설까지 두루 조성해 성수 일대를 세계적인 수변 복합 명소로 만든다는 구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6일(현지 시간) 아일랜드 더블린 ‘그랜드커낼도크(Grand Canal Dock)’ 지구를 둘러본 뒤 성수 일대를 “글로벌 미래업무지구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버려진 항만 가스 시설 부지에서 수변 복합 단지로 변신한 이곳을 벤치마킹해 성수 일대를 획기적으로 바꾼다는 구상이다. 오 시장은 “공공기여로 삼표 부지에 무엇을 만들어야 할까 머리가 복잡했는데, 이곳(그랜드커낼도크)에서 자연과 어우러진 최첨단 기업들이 어떻게 경제를 일구는지 볼 수 있었다”며 “이를 토대로 성수동 일대를 최첨단 기업과 주거·자연이 잘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오세훈(가운데) 서울시장이 16일(현지 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시 도크랜드 현장에서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시


쇠퇴한 항만 지역 가스 저장 시설 부지였던 ‘그랜드커낼도크’는 공공·민간 협력 재개발을 통해 되살아났다. 2008~2014년 본격적인 재개발 사업을 거쳐 36만 6000㎡ 규모의 글로벌 업무복합지구로 재탄생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세제 혜택을 등에 업고 구글·애플·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까지 대거 유치하면서 ‘유럽의 실리콘밸리’ ‘실리콘도크(dock·부두)’라는 별칭도 얻었다. 대운하 극장, 컨벤션센터 등 문화 시설이 구축됐고 2600개의 신규 주택까지 건설되면서 지금은 전 세계가 벤치마킹하는 수변 복합 업무 지구의 대표 사례가 됐다.

서울시는 ‘그랜드커낼도크’ 사례를 참고해 성수 재개발 계획을 세웠다. 수서~창동을 첨단·융합산업 혁신축으로 정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따라 성수동이 미래 경제축의 중심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삼표 부지에 고층 업무 시설을 구축하고 주변에 상업·주거 등 업무 지원 시설까지 조성해 성수 일대를 거대한 복합 업무 지구로 만든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삼표 부지 일대. 사진 제공=서울시


우선 서울시는 2025년 착공을 목표로 삼표 부지에 ‘초대형 글로벌 미래 산업단지(Global Future Complex·GFC)’를 세우기로 했다. 클라우드 네트워크, 인공지능(AI) 지원 서비스 등 업무 기반 인프라를 구축해 기술(Technology)·광고(Advertising)·미디어(Media)·정보(Information) 등 굴지의 ‘TAMI’ 기업들을 GFC에 유치할 계획이다. 이미 SM엔터테인먼트·큐브엔터테인먼트·퓨처플레이 등 성수동 일대에 혁신 기업들이 모여 있는 만큼 시는 GFC가 국내외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규모 스타트업) 유치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는 GFC가 DDP 이후 서울을 대표하는 새 랜드마크가 되도록 저층과 최고층은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공공기여를 통해 오피스 내 공공 여가 문화 시설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또 건축시 친환경 ‘리드(LEED·미국 그린빌딩위원회가 제정한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 플래티넘(최고 등급)을 적용하고 한강·서울숲·중랑천 등 주변과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해 건물 저층부를 덮개공원과 연결한다.

삼표 부지 일대. 사진제공=서울시


2010년 한강변 초고층 건축 규제로 현대차 GBC 유치가 불발된 후 삼표 부지 재개발 사업이 표류했으나 2021년 오 시장이 복귀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했다. 박원순 시장 재임 시절 삼표 부지를 강제수용한 뒤 공원화하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지난해 서울시가 삼표 산업이 매입한 뒤 부지 활용을 전제로 공장을 자진 철거하도록 계획을 변경했기 때문이다. 용도지역 상향(1종 일반주거지역→상업지역) 대신 삼표산업은 6000억 원의 공공기여금을 내고 서울시는 이 돈을 서울숲 고도화, 첨단 문화 거점 조성, 광역적 교통 체계 개선, 공공시설 확충 등에 활용한다. 시는 “민간의 디자인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 처음으로 건축혁신형 사전 협상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국제 현상 설계 공모를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다양한 조망 공간을 조성하고 한강·중랑천·서울숲 등 주변 환경과 연계해 성수 일대를 시민과 관광객이 모두 찾는 수변 관광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도 세웠다. 입체덮개공원, 일몰 감상 다리, 입체 무빙워크를 설치해 보행자들이 한강변을 거닐 수 있는 환경도 구축한다. 이용도가 떨어지는 서울숲 부지에 전시문화·컨벤션·콘퍼런스 등 문화 체험 공간을 만들고 야외 주차장 지하화 및 입체덮개공원 하부 주차장 확충을 통해 서울숲 주차 공간을 확대한다.

오세훈(오른쪽 두 번째) 서울시장이 16일(현지 시간) 캐럴라인 콘로이 더블린 시장과 더블린 맨션하우스에서 우호협력도시 양해각서(MOU)를 맺고 있다. 사진 제공=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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