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중소기업에는 청년이 안 옵니다. 임금을 올리고 기숙사를 제공해도 소용 없습니다. 불편한 교통도 이유지만, 지방에는 서울만큼 퇴근 후 놀거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임금은 낮아도 차라리 서울에서 편의점 일을 하면서 자기 생활을 하겠다는 말도 하더라구요.”(한 지방 중소기업 대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의 방향을 결정짓는 주체가 됐다. MZ세대 근로자 중 더 일한만큼 더 쉴 수 있는 골격의 개편안에 대해 얼마나 공감을 끌어낼지가 관건이다. 정부의 과제는 MZ세대가 기존의 고용 지표과 선입관에 따른 예측대로 고용시장에 자리잡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주 36시간 미만 근로자는 2018년 521만명에서 지난해 803만명으로 54% 급증했다. 전체 근로자의 29%로 역대 최대다. 이 지표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다. 우선 질 낮은 일자리가 늘었다는 접근이다. 실제로 전 정부에서 단시간 공공일자리를 크게 증가했다. 또 다른 해석은 청년층의 전일제 일자리 선호 현상이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미 미국 고용시장은 이 해석대로 움직인다. 미국 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2월과 올해 1월 시간제 근로자는 직전 달 대비 120만명 늘었다. 이 가운데 약 70%는 스스로 시간제 근로를 선택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가족, 개인 생활 등을 더 중시하는 국민이 늘었다”고 분석이다.
이는 한국 고용시장에서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서 첫 일자리를 시간제 근로로 선택한 청년은 2018년 168만명에서 2022년 208만명으로 24% 증가했다. 미국 고용시장에 비춰보면 취업난, 워라밸 중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통계청의 2020년 청년패널 조사 결과는 이 통계 해석을 뒷받침한다. 직업 선택 기준(5점 만점)에 대해 1위는 예상대로 경제적 보상(3.98점)이 차지했다. 눈여겨 볼 점은 성취(3.91점)가 근소한 차이로 2위였다는 점이다. 게다가 인정(3.83점), 심신의 안녕(3.82점), 자율 및 고용안정(3.79점), 지적추구(3.72점) 등 주관적 항목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직업=돈벌이 수단’식의 과거 직업관에서 벗어난 셈이다.
이런 현상은 MZ세대가 제대로 쉴 권리를 얼마나 보여주는지 가늠하게 한다. 그런데 최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12월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31.1%는 ‘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답했다. 결국 개편안은 주 69시간제로 대표되는 특정주 근로 못지 않게 장기 휴가 대책 실효성이 가장 큰 비판을 받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근로시간제 개편안을 만든 고용노동부는 개편안을 더 오래 일하지 못하는 근로자를 위한 대책이라고 설명해왔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정부는 젊은 세대의 고민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며 “이들은 현재 조직 문화가 자신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말했다. 이어 그는 “현재 연차휴가도 제대로 쓸 수 없는데 (개편안대로) 장기 휴가를 어떻게 가느냐는 비판은 MZ세대에게 현실적인 고민”이라며 “정부는 이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