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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원 20%가 수능 준비”…김 상병은 ‘군수생'

유흥과 거리 멀고 규칙적 생활

휴대폰 허용돼 인강 듣기 쉬워져

입시·복무 동시 해결 시간절약

여유 많은 공군 행정병 등 인기

업계선 군인 특별할인 서비스도

한 병사가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서울경제 DB




공군의 한 비전투 부대에서 복무 중인 김민수(가명) 상병은 지난해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렀다. 공군에 지원한 것도 수능 공부를 하는 병사가 많아 ‘면학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다. 김 상병 부대에서 수능 공부를 하는 병사는 어림잡아 전체의 20%에 달할 정도다.

김 상병은 일과 이후부터 자정까지 4~5시간, 아침 기상 전 1~2시간과 점심시간 등을 활용해 평일 기준 7~8시간을 공부에 할애한다. 일과 중에도 실제 업무 시간은 적어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한 적도 많다. 주로 휴대폰으로 유명 강사의 인터넷 강의를 듣는다. 오히려 대학교를 다니면서 수능을 준비하는 것보다 규칙적인 생활이 가능해 공부하기에 딱이다.

김 상병과 같이 군대에서 수능을 준비하는 이른바 ‘군수(軍修)생’이 늘고 있다. 병사들도 병영 내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생활관에서도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된 데다 동기 생활관이 확대되고 병영 부조리가 감소하면서 눈치 볼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이다. 군수생이 늘자 입시 업체들도 특별 할인 등의 조건을 내걸고 맞춤 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21일 입시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군 입대를 앞두고 ‘군수’를 고민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교육부나 국방부에서 군인 수험생을 별도로 집계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 몇 년 새 군인들의 대입 문의가 크게 늘었다는 게 입시 업계의 설명이다.

실제 각종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군수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공부하기 좋은 자대와 보직, 수능 준비에 좋은 입대 시점 등이 주요 질문 주제다.



특히 시험 점수에 따라 원하는 특기와 자대를 받을 수 있는 공군의 인기가 좋다. 공군에서도 비전투 부대나 소규모 부대, 보직으로는 일과 중 개인 시간 확보를 많이 할 수 있는 행정 관련 특기가 선호된다. 공군 병사 A 씨는 “전대급이나 대대급 행정병은 일이 별로 없어 실근무시간은 3시간이 채 안돼 별도의 공부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며 “보통 수능 앞뒤로 4일씩 휴가를 써서 시험을 보거나 수능 2주 전쯤 미리 나가 시험을 치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군수생이 늘어난 것은 병영 복지가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다. 특히 일반 병사들도 영내에서 휴대폰 사용이 가능해진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기존에는 영내 PC방인 이른바 ‘사지방(사이버지식정보방)’에 가야만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었는데 좌석도 한정적이고 공부할 환경도 되지 못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이 허용되면서 생활관에서도 편하게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됐다. 이 밖에 동기 생활관 확대와 병영 부조리 감소로 계급이 낮아도 크게 주변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통합 수능 도입 이후 표준점수 획득에 유리한 이과생들이 상위권 대학 인문계열로 진학하는 ‘문과 침공’에 따른 반수생 증가 여파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반수생 입장에서는 군 복무와 수능을 한 번에 해결하는 게 시간 절약 차원에서 좋기 때문이다. 지난해 수능에서 n수생 비율은 31.1%로 26년 만에 가장 높았다.

군수생이 증가하자 입시 업계는 관련 상품까지 내놓고 있다. 메가스터디는 2021년 말 업계 최초로 2023학년도 수능을 준비하는 군수생들에게 할인·환급 혜택 등을 제공하는 ‘강철 0원 메가패스’를 내놓았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휴대폰 사용 등 병영 복지가 좋아지면서 군인 수험생이 늘고 있다”며 “실제로 병사들의 요청이 쏟아져 출시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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