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드롬이다. 어디서든 사람들이 “연진아”를 외친다. 말투나 표정, 메이크업까지 관심 대상이다. 지독한 악역이지만 사랑받는 배우 임지연의 이야기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연출 안길호)는 임지연이 확신을 가진 작품이다. 대본에 대한 신뢰가 있었고, 촬영하면서도 잘 되겠다는 확신이 컸다.
“화제성을 일으킬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이상으로 잘 된 건 맞아요. SNS 반응도 좋고, 일본이나 미국에 있는 친구들도 ‘더 글로리’를 정말 많이 본다고 전해주더라고요. 다 실감은 안 나지만 행복해요.”
임지연이 연기한 연진은 꽤 강렬한 캐릭터다. 연진은 유년 시절 학교 폭력으로 동급생인 동은(송혜교)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죄책감 없이 살아간다. 동은이 자신의 인생을 걸고 복수한 끝에 연진은 모든 것을 잃지만, 끝까지 반성을 모른다.
“레퍼런스는 정말 없었어요. 좀 유명한 명작들의 빌런 캐릭터를 따라 해볼까 생각해 보기도 했는데,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최대한 나로서 입체감 있게 다해보기로 했었죠.”
악역은 항상 도전하고 싶은 분야였다. 내공이 쌓였을 때 한 번쯤 기회가 찾아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 자신감보다는 내재된 에너지를 끌어내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작가님과 감독님은 연진이 착하게 생겼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 안에 악마 같은 웃음이 나오길 원하셨고요. 그런데 제게 무언가를 보셨나 봐요. 그때 끝까지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연진이가 되고 싶다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어요.”
작품 속 임지연은 연진 그 자체다. 욕도 과감하게 하고 흡연도 자연스럽다. 자유자재로 일그러지는 표정은 전에 없던 모습이다. 그는 “캐릭터를 나타낼 수 있는 소스를 어색하게 할 바엔 하지 말자 싶었다”며 “혼자 열받아서 욕하는 거나 친구들이랑 욕하는 것, 동은을 만나서 욕하는 것 등 다양한 지점을 생각했다. 담배도 남편 앞에서 태우는 것과 혼자서 태우는 것, 끄는 것과 무는 것 등 디테일하게 캐릭터를 생각하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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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면서 농담 삼아 감독님에게 ‘제가 성질머리가 더러워진 것 같아요’라고 장난쳤어요. 하루를 보내고 나서 집에 들어오면 짜증 나고 성질이 나더라고요. 미간을 찌푸리는 일도 잔뜩 생겨서 그런 순간들이 많이 찾아왔어요.”
배우들과의 차진 호흡도 성공 포인트다. 특히 선배 배우 송혜교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배우로서 절실하게 노력하는 게 와닿았고, 상대 배우로서 액션 하나하나 너그럽게 받아주는 것에 감동했다. 연진이 더 연진답게 빛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혜교 언니가 응원을 많이 해줬어요. 중간중간 칭찬도 해줬고요. 혜교 언니와의 신은 친구들과 하는 것보다 더 빨리 수월하게 했어요. 정말 감사하고 사랑하는 선배님입니다.”(웃음)
‘더 글로리’ 파트1 공개 후 임지연을 향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모습’ ‘재발견’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그는 “‘임지연이 이런 역할도 할 수 있구나’ 라는 칭찬이 좋다. 그런 말을 듣고 싶어 느리지만 열심히 왔다”며 만족했다.
“소속사 단체 메신저방에서 이정재, 정우성 이사님이 칭찬을 많이 해줬어요. 개인적인 문자도 많이 해줬고요. 주변에서 ‘지연아 잘 봤어. 고생했어’라고 해주는 건 종종 있는데, 같은 동료나 선배님들의 칭찬을 그렇게까지 받은 건 처음이거든요. 신기하고 감사했어요.”
“잘 되고 나서 느껴지는 건 전 항상 연기에 대한 자격지심이 넘쳐 났어요. 스스로 성장하고 싶고 성취하고 싶고, 조금이라도 칭찬해 줬을 때의 기쁨으로 연기하는 거예요. 또 언제 연기력 논란이 올지 몰라요. 아직까지 현장 가는 게 불안하고 혼날까 봐 무섭거든요. 그런데 계속 도전하다 보면 또 다른 얼굴이나 캐릭터를 찾을 수 있을 것 같고 다른 방향으로 사랑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임지연은 ‘더 글로리’를 통해 체득한 것을 토대로 앞으로도 도전하고 부딪치고 성장할 계획이다. 연진이를 깨부수는 무언가를 하기 보다, 주어진 역할에 몰입하며 정도를 가려고 한다. 사랑받는 만큼 열심히 도전하고, 계속해서 임지연만의 다양한 색깔을 만들어 갈 것이다.
"연진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큰 용기가 필요했어요. 도전이었고 영광스러운 순간을 맞게 해준 소중한 작품이 됐고요. 앞으로도 제게 주어진 캐릭터에 거침없이 도전할 줄 아는 열정적인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절실한 마음으로 했던 작품이 사랑받을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해요. 이 마음 잊지 않고 조금씩 성장해 가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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