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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판 중대재해법 결국 강행…금융위, 4月 입법예고

횡령 등 중대사고시 CEO 해임·업무정지

업계 의견 반영했으나 큰 틀은 그대로

업계 "내부통제 실패만으로 제재는 과도"


금융위원회가 ‘금융판 중대재해법’으로 불리는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의 입법 예고를 4월 중 밀어붙이기로 결정했다. 이 법안은 펀드 불완전판매, 회삿돈 횡령 등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은행·증권사 등 금융사 대표(CEO)에게 해임·직무정지 등 제재를 가하는 내용을 담았다. 업계의 반발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금융위는 라임 사태·우리은행 횡령 등 금융사고의 원인이 내부통제 실패라는 결론 하에 강경한 입장을 고수 중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 제공=금융위원회




26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4월 중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법조계·학계·업계 인사로 구성된 ‘금융권 내부통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안을 마련해왔다. 이달 중 입법예고가 목표였으나 업계 의견을 추가로 청취하기로 결정하면서 일정이 다소 밀렸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난주에 금융지주, 보험사, 증권사 등 각 업권별 실무자들을 초청해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가졌다”고 전했다.

이 법안은 금융회사 CEO에게 내부통제 관리의 총괄적인 책임을 부여한다. 내부통제 실패로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할 시 CEO는 해임·직무정지 등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신분 제재를 받게 된다. 중대한 금융사고에는 △불완전판매 △일정 금액 또는 기간 이상의 횡령 △피해가 큰 전산 사고 등이 포함된다. 고위 임원별 업무와 책임 범위를 사전에 확정하는 ‘책임지도제’를 법안에 담아 책임 회피 가능성도 원천 봉쇄할 계획이다.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감독 의무도 명문화할 방침이다. 이사회는 CEO에 내부통제 의무 이행 현황 등을 보고하도록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중대 금융사고 발생 시 CEO·임원과 함께 이사회 사외이사들도 포괄적 책임을 지게 된다.

업계의 목소리도 일부 반영했다. 예컨대 금융당국은 회사 규모에 따라 법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소규모 자산운용사 등 인력이 부족한 업체의 경우 내부통제 체계 마련에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업계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또 중대한 금융범죄의 정의가 모호하다는 지적에 따라 구체적인 정의와 범위도 규정할 계획이다. CEO와 고위 임원이 책임을 경감·면제받을 수 있는 조건도 명확히 규정한다.

업계 의견 반영을 위해 입법예고 시점을 다소 미뤘지만 법안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최근 수 년간 금융사고가 잇달았던 건 결국 내부통제 실패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위는 2020년 6월 국회에 제출한 법안에 최근 논의한 내용들을 추가해 입법 예고할 예정이다.



해당 법안은 내부통제 실패로 다수 소비자 피해를 유발할 경우 CEO 등 책임있는 임원들을 제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출 당시에도 대내외적으로 호평을 받았던 만큼 당국의 통과 의지가 큰 법안” 이라며 “해당 법안을 토대로 세부적인 내용을 수정·추가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내부통제 실패만으로 CEO가 행정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과도하다며 여전히 법안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대법원에서도 금융회사가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한 이상 그 내용을 일부 준수하지 않았더라도 이를 처분 사유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며 “이는 내부통제 관리 실패 시 대표에게 책임을 물리겠다는 이번 법안과 배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해임, 업무정지 등 행정제재를 받은 금융회사 임원은 향후 3~5년간 동종업계 재취업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사실상 금융권에서 퇴출인 셈이어서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은행 이사회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되고 있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달 중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개정안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등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고 영역별 내부통제 책임자를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대표이사에게 내부통제 기준이 적절한지 점검 및 보완해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한다. 이사회는 대표의 내부통제 점검 업무를 감독하며 금융사가 지정한 준법감시인 및 위험관리책임자도 관련 리스크를 대표에게 보고할 의무가 생긴다. 그동안 금융권에서 대규모 사고가 발생해도 경영진이 직접 처벌받는 경우는 드물었지만, 이들에게 법률적 책임을 부여해 금융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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