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근로시간제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공짜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강도 높은 현장 감독을 예고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현장에 비해 근로감독관 수가 턱없이 적은 상황이다. 감독권 인력 충원 없이 감독 강화는 공염불에 그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전 부처 인력 감축을 내걸었다는 점이다.
27일 고용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근로감독관은 총 3122명이다. 이 중 장시간 근로가 포함된 근로감독 분야 감독관(근로감독관)은 2307명, 산업안전 감독관은 815명이다. 하지만 3122명이 맡아야 할 사업장은 71만1000여곳(2020년 기준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 이른다. 감독관 수와 비교하면 약 228배다. 여기에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감독할 경우 대상 사업체 수는 수십배를 넘는다.
더 큰 문제는 감독관 수가 실제로 일어난 현장 사건에 비해서도 너무 적다는 점이다.
‘법정 근로조건이 부당하다’고 고용부에 신고된 건수는 2021년 31만4308건을 기록했다. 법정 근로조건은 임금, 근로시간, 유급휴일, 휴가 등을 일컫는다. 신고 건수를 보면 근로분야 감독관 2307명 대비 약 137건이다.
특히 임금, 근로시간과 직결되는 임금체불 건수는 2021년 16만304건으로 해당 근로자는 24만7005명에 달한다. 감독관 1명이 약 70건을 처리해야 하는 셈이다.
감독관은 신고건만 처리하지 않는다. 2021년 정기감독 사업체는 7371곳, 수시감독 사업체는 3711곳이다. 여기에 두 감독 보다 조사 기간이 긴 특별감독은 2021년 9건 이뤄졌다. 작년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에 따라 중대재해법 수사가 업무로 늘어났다. 여기에 ‘현장점검의 날’과 같은 정기적 감독도 이뤄진다.
하지만 인력 충원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정부는 전 부처 인력 감축을 국정 방향 전면에 내걸었다. 정부 임기 5년간 정원 5%를 줄일 방침이다. 게다가 고용부는 공무원들 사이에서 기피부처가 된 지 오래다. 업무량이 과도한데다 현장 행정이 다른 부처에 비해 너무 많아서다. 현 정부 들어서는 국민적 관심인 노동 개혁까지 맡고 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정책점검회의를 열고 “근로시간 개편안 마련 과정에서 공짜노동에 대한 국민의 우려를 다시 확인했다”며 “강력한 단속과 감독을 통해 현장에서 법치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육아휴직, 출산휴가 등 감독관이 주로 맡지 않던 근로 사각까지 감독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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