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엔 산후조리 문화 자체가 없다” 개탄
“독자 여러분들은 산후조리 문화가 무엇인지 아느냐. ‘한국에선 산후조리가 일반적이다’라는 사실을 아는 아는 사람들은 있을지 몰라도 일본 내에서 산후조리를 들어본 사람들은 매우 적을 것이다.” 일본의 현직 산부인과 여자 의사가 한국과 비교하며 자국의 낙후된 산후조리 문화를 비판했다.
지난 3월 24일 일본 최대 출판사 고단샤가 운영하는 2030 여성 전문 인터넷 매체 ‘온라인 위드’는 ‘한국의 산후조리는 공주님 대접…출산은 교통사고 수준의 신체손상…산후 2개월 만에 복귀하는 산모들, 후유증이 걱정’이라는 제목의 현직 산부인과 전문의의 칼럼을 실었다.
칼럼을 쓴 미우라 나오미 센신 클리닉 원장은 “한국에서는 출산을 마친 엄마를 ‘공주님’처럼 대접한다고 한다”며 “어떤 통계에 따르면 한국 산모 2명 중 1명은 산후조리원을 이용하고 일본의 연예인도 한국의 산후조리원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일본은 산후조리 후진국으로 출산 경험이 있는 사람조차 산후조리를 제대로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지적했다.
“韓선 산후조리시설 이용 일반적…日은 2개월만에 직장 복귀”
미우라 원장은 일본과는 너무 다른 한국의 문화에 관해서도 언급한다. 그는 “산모가 주변의 모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본인은 쉬는 데 전념하는 산후조리를 당연하게 여긴다고 한다”며 “산후조리를 전문으로 하는 숙박시설이 많아 그곳을 이용하는 일도 있고, 부모에게 의지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한다.
또 그는 “일본에서는 최근 일하는 엄마 중 산후 불과 2개월 만에 직장에 복귀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며 “비단 워킹맘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라 5일 정도 짧은 입원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곧바로 이전처럼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분이 많다고 들었다”고 한탄했다.
이어 “일본에선 출산을 마친 엄마가 고통을 느껴도 ‘아픈 게 아니라 괜찮다’며 그냥 참아 넘길 때가 많고 주변에서도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며 “출산 직후에는 육체적으로 많은 고통이 수반되고, 육아 중에는 수유나 수면 부족 등 문제가 겹쳐 정신적으로 힘들 수 있는 만큼 산모의 몸을 충분히 돌보는 일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유리도 “日, 엄마의 희생 강조하는 분위기”
앞서 방송인 후지타 사유리도 KBS2 예능 프로그램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일본에선 자연 분만으로 아이를 낳고 모유를 줘야 좋은 엄마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희생을 강조하는 분위기”라고 일본의 출산과 육아 문화에 대해 하소연한 바 있다.
이어 “자연 분만 시 무통 주사를 맞는 건 어떻게 생각하냐”는 송은이의 질문에 사유리는 “무통 주사 없이 아픈 걸 그대로 느껴야 한다는 모성애가 깊어진다는 고정관념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일본에는 산후조리원이 (거의) 없다. 한국이 아이 키우기에 좋다. 키즈 카페가 많고 식당에 가서도 귀여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다태아 분만 최고 권위 전종관 교수 “조리원보다 산모 활동 많은 게 좋아”
반면 한국에서는 문화로 굳어진 산후조리원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떠오르고 있다.
난임·다태아 분만 국내 최고 권위자인 전종관 서울대병원 교수가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산후조리원이 산모의 건강을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혈전증은 몸의 피가 쉽게 굳는 병으로 임산부는 출산 이후에도 혈전증 위험이 크다. 신생아 10만명당 산모가 사망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모성 사망비는 한국에서 10명 안팎이다.
지난달 5일 전 교수가 집도한 쌍둥이, 세쌍둥이, 네쌍둥이 부모와 함께 저출생 극복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가 열렸다. 전 교수는 “사망까지 이르진 않았지만 혈전증을 앓은 산모를 포함한다면 그 수는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며 “혈전증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찍 활동을 시작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는 산후조리원이 필수로 여겨지는 국내 정서에 관해선 “잘못된 정서”라며 “산후조리원에 갈 돈을 현금으로 받아 산모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먹고 싶은 걸 먹는 게 낫다”고 국민일보를 통해 견해를 밝혔다.
이어 “산후조리원에 신생아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 거 자체가 감염 위험이 크다”며 “또 엄마와 아기의 접촉이 늦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맘카페’ 조사를 해보면 산후조리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이 70% 정도”라며 “의학적 견해와 엄마들의 의견이 달라 사회적 공감대가 모일 필요가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송파구가 공공산후조리원을 운영하고 있다. 서대문구도 곧 새로 문을 열 예정이다.
전 교수는 전세계에서 다태아를 가장 많이 받아낸 산부인과 의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난 2021년 화제가 됐던 '34년만에 태어난 다섯 쌍둥이'를 비롯해 약 1만명의 다태아 출산을 집도한 해당 분야의 권위자다.
남성들 위주로 “비싸기만 한 산후조리원…반드시 필요한지 의문”
지난 9일에는 신생아를 산모 곁에서 24시간 돌보는 모자동실(母子同室) 이용을 권유했다가 아내로부터 수년째 원망을 듣고 있다는 남편의 사연이 올라와 네티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모자동실은 신생아를 입원 중에 육아실에 따로 두는 대신 모친 침대 곁의 유아용 침대에서 돌보는 것으로 출산 직후인 산모가 부담을 느낄 수 있으나 의학적·정서적으로 긍정적인 면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사연을 올린 작성자 A씨는 “평소에 육아에 관심이 많아서 와이프가 임신했을 때부터 공부를 많이 했다. 그러던 중 모자동실에 대해 알게 됐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모자동실을 권유한 이유에 대해 “외국 모자동실 비율, 산모의 회복 용이성, 모유 수유 확률 증가, 애착 형성으로 인한 영아 유기율 저하 등 여러 자료들을 보고 와이프한테 출산 때 모자동실을 하자고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A씨 아내는 처음에는 자신이 힘들 것이란 이유로 거절했지만 거듭되는 A씨의 설득에 결국 산후조리원 대신 병원 내 모자동실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 일로 인해 아내는 몇 년 째 잊지 않고 남편을 원망한다는 것이다.
A씨는 “내가 이렇게 내용 다 알아보고 나도 한숨도 제대로 못 자고 같이 모자동실에서 고생했으니까 나중에 와이프가 뿌듯해할 줄 알았다”며 “그런데 정반대였다. 자기는 안 하고 싶었는데 내가 설득을 계속하니까 마지못해 한 거라 한다. 출산을 자기 마음대로 하지 못한 게 억울하고 이건 내가 100% 잘못한 거니까 뉘우치고 사과하라고 한다”고 서운함을 표현했다.
끝으로 그는 “내가 백번 사과해야 하는 부분인지, 그 정도로 무조건 잘못한 건지 (묻고싶다)”며 네티즌들의 조언을 구했다.
대다수의 네티즌들은 A씨가 사과해야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으나 그를 옹호하는 의견도 꽤 보였다.
한 네티즌은 “나는 4살 아이 엄마인데 이런 남편이었으면 적극적으로 모자동실 했을 거다. 공부하는 모습도 좋아 보인다”며 “비싼 비용을 내고 휴식만 취하는 것보단 아이와의 애착과 유대감이 형성되는 쪽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적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