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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향한 중국의 경고? 회담, 기념촬영에서 뒷줄로 밀려나

이재용 회장, 메인 소파 앉은 팀 쿡과 대조

中 관영 매체, 삼성은 언급조차 하지 않아

美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의도된 배제

이재용(붉은색 원)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2023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CCTV 캡쳐




미중 반도체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 3년 만에 중국을 방문했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으로부터 사실상 푸대접을 받고 귀국했다.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반도체 공급망 흔들기로 입장이 난처해진 삼성을 향해 중국이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진행된 2023중국발전고위급포럼(발전포럼)이 27일 막을 내렸다. 발전포럼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집권 3기가 시작되고 열린 첫 국제적 행사다. 이재용 회장을 비롯한 글로벌 주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참석해 관심을 모았다. 경제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중국인 만큼 글로벌 CEO들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도 달랐다.

삼성에게는 예외였다. 중국은 철저히 삼성을 외면했다. 마지막 날 리창 국무원 총리는 주요 기업 CEO들과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회담장 중앙에는 리 총리를 비롯해 친강 외교부장 등 중국 주요 인사와 외국인 참석자들이 원형으로 배치된 베이지색 소파에 앉았다. 그 뒷쪽으로는 붉은색 의자가 배치됐다.

중앙 소파에는 팀 쿡 애플 CEO, 올리버 베테 알리안츠 그룹 CEO,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쏘시에이츠 회장 등이 앉았으나 이 회장의 자리는 없었다. 이 회장은 뒷줄 붉은색 의자에 앉았다. 그나마 붉은색 의자 배치 중에 가장 앞쪽 자리였다.

자리 배치뿐만이 아니었다. 관영 통신사인 신화사는 주요 참석자의 얼굴을 한 차례 이상 영상에 담았으나 이 회장의 모습은 전체 참석자들 사이에서 스쳐지나가며 겨우 담겼다. 별도의 클로즈업 된 화면은 없었다. 리 총리의 왼쪽 네 번째 자리에 앉은 팀 쿡 CEO가 회담 중간 리 총리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카메라에 여러 차례 잡힌 것과 확연히 대조됐다.

이재용(세번째 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2023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서 리창(첫번째 줄 가운데) 중국 국무원 총리를 비롯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CCTV 캡쳐


이날 참석자들의 단체 사진 촬영에서도 이 회장은 세 번째 줄로 밀려났다. 맨 앞 줄에 리 총리를 중심으로 4열까지 줄을 섰는데 뒤쪽에 선 것이다.

국제 행사에서 좌석 배치나 사진 촬영 위치는 참석자의 중요도를 파악하는 척도다. 삼성의 자리를 보면 주최측인 중국이 삼성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중국 관영 매체에도 삼성이나 이 회장에 대한 언급은 찾아 볼 수 없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면에 발전포럼 기사를 실었지만 참석자로는 베테 회장, 쿡 CEO, 야콥 스타우스홀름 리오 틴토 CEO, 히가시하라 도시아키 히타치 회장, 한스 파울 뷔르크너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 등의 이름만 거론했다.

이 회장은 지난 23일 전세기로 베이징을 방문해 24일 시 주석의 최측근인 천민얼 톈진시 당 서기를 만난 것 외에는 중국 매체에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 미중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민감한 시기인 만큼 일정을 추후에 공개하는 등 잠행에 가까운 행보를 보인 것도 같은 이유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발전포럼 참석을 위해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을 찾았을 때도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도 “북경(베이징) 날씨가 너무 좋지요?”라는 다소 엉뚱한 답변만 했을 뿐 말을 아꼈다.

이 회장을 대한 중국의 반응을 보면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 속에 중국 시안 등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시설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선택’을 주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한국 등 각국 기업들의 중국 내 반도체 공장 생산능력 확장에 제동을 건 이른바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을 발표했다. 미국 반도체법에 따라 보조금을 받은 기업이 이후 10년간 중국 등 '우려 국가'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10만 달러 이상의 거래를 할 경우 보조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중국은 이를 두고 22일 외교부 대변인 브리핑에서 “철두철미한 과학기술 봉쇄와 보호주의 행위”라며 “결연한 반대”를 표명했다.

중국 측의 행보에 대해 익명의 한 전문가는 “철저히 의도된 것”이라며 “이 회장이 이번 중국 방문에서 행동이나 발언에서 극도로 조심스러워 하는 것 이상으로 중국도 삼성이 어떤 역할을 할 지 지켜보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27일 2023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CCTV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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