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승강기 업체 쉰들러가 9년 만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이에 따라 현 회장은 그룹 계열사인 현대엘리베이터에 1700억 원을 물어줘야 할 상황에 처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30일 쉰들러가 현 회장과 한상호 전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현 회장은 1700억 원을 현대엘리베이터에 지급해야 하고, 한 전 대표는 이 가운데 190억 원을 배상해야 한다. 대법원은 “현 회장 등은 계약 체결의 필요성이나 손실 위험성 등에 관해 충분한 검토를 거치지 않았거나 이를 알고도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서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현대엘리베이터의 2대 주주인 쉰들러가 2014년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7000억 원 가까운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그룹 계열사 현대상선의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파생금융상품을 계약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서 손해를 봤고 쉰들러는 경영진을 상대로 책임을 요구하는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했다.
쟁점은 현 회장 등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취득하는 파생상품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 또는 이사로서 의무를 다했는지 여부였다. 1심은 현대엘리베이터가 체결한 파생금융상품 계약이 현 회장의 정상적인 경영 행위라고 봤다. 반면 2심은 현 회장이 계약 체결 여부를 결의하는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았고 감시 의무도 게을리했다며 경영진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해운업 불황이 길어지면서 주가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해 배상 책임을 50%로 제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