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086520)그룹 첫 코스피(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 도전하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이달 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한다. 최근 그룹사 내에서 불거진 불공정거래 이슈에도 불구하고 상장 절차를 조속히 추진해 전구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침체됐던 코스피 IPO 시장이 다시 활기를 찾을 지도 주목된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이달 말 한국거래소 코스피시장본부에 상장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기 위한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통상 거래소의 예비심사와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및 일반 청약을 거쳐 최종 상장까지 약 4개월 걸리는 만큼 이르면 올 3분기 코스피 입성이 관측된다. 회사측 관계자는 “모회사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에코프로머티리얼즈와는 관계가 없기 때문에 상장 일정이 지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006800)이 대표 주관사를, NH투자증권(005940) 공동주관사를 맡았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차전지 양극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은 6652억 원으로 전년(3428억 원) 대비 94% 증가해 역대 최고 기록을 썼다. 2020년(2167억 원)과 비교하면 매출이 3배 넘게 증가했다. 영업 이익도 같은 기간 162억 원에서 389억 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지주사인 에코프로(지분 52.78%)이고 LG그룹 맏사위인 윤관 씨가 대표로 있는 BRV캐피탈매니지먼트의 운용 펀드 2개가 각각 18.96%, 10.15%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IPO를 서두르는 이유는 전구체 생산 시설을 증설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연간 3만 톤 규모 전구체를 생산하는 공장 1개를 건설하는데 약 1500억 원이 들어간다. 에코프로머티리얼얼즈는 2027년까지 20만 7000톤 규모의 글로벌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연간 전구체 생산량이 5만 톤 규모임을 고려해 단순 계산하면 향후 7000억~8000억 원 수준의 설비투자가 필요하다.
IB업계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몸값이 3조 원대에 달할 것이라고 관측하며 IPO ‘대어’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그룹 내부적으로도 기대하는 기업가치도 1조 원 중반대 이상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2월 설비투자를 위한 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당시 신주 발행가액이 2만 8500원이었다. 에코프로(약 995억 원)와 기존 투자자인 BRV펀드들(약 456억 원) 등이 증자에 참여했는데 회사의 총 발행 주식수와 신주 발행가액을 곱해 계산해보면 당시 몸값은 약 1조 6500억 원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에 성공하면 에코프로그룹의 상장사는 네 곳으로 늘어난다. 2007년 지주사인 에코프로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고, 양극재 제조 업체 에코프로비엠(247540), 친환경 솔루션 제공 업체 에코프로에이치엔(383310)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해 ‘에코프로 삼형제’로 불리고 있다. 이들 회사의 합산 시가총액만 7일 종가 기준 약 41조 3742억 원에 달한다. 다만 에코프로 전현직 임원들을 둘러싼 불공정거래 의혹 수사가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향후 에코프로의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한국거래소나 금융당국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심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한편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포함해 이달부터 코스피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들이 점차 모습을 드러낼지도 관심이 쏠린다. 강관제조 업체 넥스틸은 지난해 사업보고서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달 중순 이후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할 방침이다. 서울보증보험, 엔카닷컴, 후성글로벌 등은 5월 중 예비 심사를 청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코스닥에서 코스피로의 이전상장을 공식화 한 기업들도 현재까지 3곳이다. SK오션플랜트(에스케이오션플랜트(100090)), 비에이치(090460)가 이전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 청구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NICE평가정보(030190)는 지난달 27일 주주총회에서 코스피 이전상장 건을 승인해 조만간 관련 준비에 착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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