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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단속시스템 5년째 방치…그 사이 10대까지 퍼졌다

◆멈춘 마약 적발 시스템

예산 부족·檢 수사범위 제한 막혀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 '유명무실'

15~18세 마약사범 수 345% 뛰어

학생군, 무직·회사원·노동과 '톱4'





인터넷·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광고 등 마약 단속 시스템이 지난 2017년 이후 5년째 방치되는 사이 중고생(15~18세) 마약 사범이 4배 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7년까지 단 한 명도 없었던 15세 미만 마약사범은 지난해 41명으로 늘었다. 직업상 학생이 유흥업·서비스업 종사자보다 마약 사건에 연루되는 사례가 더 많을 정도다. 마약광고 등 인터넷상 적발·단속 시스템이 붕괴되면서 10대·학생들이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본지 2022년 10월 15일자 16면 참조

9일 대검찰청 마약백서·마약류월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5~18세 마약사범은 291명에 달했다. 이는 2017년(65명)보다 345% 급증한 수치다. 19세 마약사범수도 2017명 54명에서 지난해 149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2018~2022년 사이 1~6명에 불과했던 15세 미만 마약사범은 2022년 41명으로 크게 늘었다. 10대 마약사범이 급증하면서 직업상 학생군은 이미 요주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2017년만해도 마약사범 가운데 학생은 105명에 불과했다. 이는 무직·노동·회사원·농업·공업·서비스업·가사·유흥업·건설·운송업 등에 이어 11번째로 많은 수치였다. 하지만 2019년 241명에 이어 이듬해 368명을 기록, 300명대를 돌파하면서 학생이 전체에서 5번째로 마약사범 수가 많은 직업군에 꼽혔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494명, 543명을 기록해 무직·회사원·노동에 이은 ‘톱4’의 불명예도 안았다.

지역별로는 서울·인천·경기에서 마약 사건이 두드러졌다. 2017년만 해도 지역별 마약사범에서 서울(19.8%), 인천·경기(28.6%)은 10~20%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서울과 인천·경기가 25.2%, 30.2%로 각각 5.4%포인트, 1.6%포인트 증가하면서 전체 지역별 마약사범 비중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이들 지역을 제외한 곳은 마약사범 비중이 한 자릿수였다.



서울 강남경찰서가 지난 3일 오후 6시께 강남구청역과 대치역 인근 학원가에서 고등학생들에게 마약이 담긴 음료수를 건넨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40대 여성 A(49)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5일 밝혔다. 사진은 용의자들이 피해자들에게 건넨 음료수병.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주요 원인으로 적발·감독 시스템의 부재를 꼽고 있다. 크리스탈·아이스·작대기(필로폰) 등 은어를 쓴 온라인·모바일상 마약 판매 글을 적발·단속할 시스템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10대·학생들이 마약에 노출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 ‘인터넷 마약 거래 모니터링 시스템(모니터링 시스템)’은 지난 2017년 이후 업그레이드 없이 해마다 유지·보수만 하고 있다. 이는 2016~2017년(3억100만 원)을 제외하고, 매해 예산이 유지보수용으로만 1800만~3000만 원 수준에서 책정되고 있는 탓이다. 게다가 검경 수사권 조정이 시행된 2021년 1월부터 검찰의 마약 수사 범위가 제한되면서 모니터링 시스템은 가동조차 못했다. 지난해 9월 대통령령인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 개정으로 마약 수사가 가능해지며 모니터링 시스템이 다시 가동됐기는 했으나 그 사이 20개월이라는 긴 공백만 생겼다. 여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마약 수사력이 약화된 점도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혔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채연구원 연구위원은 “휴대전화기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전달되는 마약광고를 차단해야 수요자·공급자가 연결되는 마약 생태계를 없앨 수 있다”며 “인공지능(AI)을 통해 마약 광고를 우선 파악해 선제적으로 막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한 기관(검찰)이 마약 수사를 못하게 하니 당연히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콜학과 교수도 “청소년들이 SNS나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에 접근하게 된 건 코로나19가 시작된 2~3년 전부터로 단순 호기심인 경우가 많다”며 “해외 유학이 빈번한 상황이라 일본, 미국 등 선진국과 같이 5~6세부터 마약의 유해성을 전문가가 가르치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국과 같이 유흥업소에서도 학생들에게 마약을 판매하면 안된다고 교육하거나, 마약을 투약할 장소만 제공해도 영업정지하는 등 규제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8일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에 가담한 용의자 2명을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에 제조·전달책 등으로 활동한 피의자들로, 경찰은 사건을 주도한 ‘윗선’에 중국 조직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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