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 김서형이 '종이달'을 통해 새로운 얼굴로 돌아왔다. 절대 선, 정의로움으로 무장한 그의 얼굴은 담백하면서 순수하다. 범죄, 불륜 등의 굵직한 사건을 만나면서 이런 그의 얼굴이 어떻게 변할지 지켜볼 만하다.
10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에서 지니TV 오리지널 시리즈 '종이달'(극본 노윤수/연출 유종선) 1회 시사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유종선 감독, 배우 김서형, 유선, 이시우, 공정환이 참석해 작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종이달'은 숨 막히는 일상을 살던 여자 유이화(김서형)가 은행 VIP 고객들의 돈을 횡령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유 감독은 '종이달' 연출에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그는 "그동안 연출을 할 때 어떻게 하면 주인공을 응원하고 싶게 만들까를 고민했다. 그런데 '종이달'은 응원하고 싶게 만들면서, 동시에 비난하고 싶게 만들고 싶었다"며 "등장인물 중 심리적인 문제가 없는 사람이 없다. 그 경계에서 작업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나도 촬영을 하면서 캐릭터에 다가갔다가 떨어지는 게 흥미로웠다. 내가 있던 자리가 시청자들의 자리가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작품은 동명의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해당 소설은 일본에서 이미 5부작 드라마, 영화로 제작된 바 있다. 유 감독은 한국 드라마를 일본 작품과 다르게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그는 "10부작 한국 드라마로 만들어야 될 이유 자체를 고민했다. 에피소드가 늘어나면서 바뀐 부분이 많다"며 "일본 작품은 캐릭터를 여러 관점에서 보고, 과거를 되돌아가서 복기하는 흐름이다. 그런데 우리는 현재의 시간으로 간다"고 했다.
이어 "등장인물들이 유이화와 현재 관계를 맺고 있다. 한국 '종이달' 만의 특징이 있다면, 유이화 만의 결핍이 아닌 사람의 결핍을 다룬다"며 "우리는 그 결핍을 돈으로 퉁 치려고 하는데, 이건 결국 자기 기만이라고 생각한다. 그 테마가 강렬하게 떠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무겁지만 강렬하게 흘러간다. 유 감독은 "'종이달'의 사건이 범죄와 불륜으로 개념 지을 수 있지만, 유이화가 겪는 심리적인 변화는 만남에 따라 장르를 오간다"며 "1회는 두 발 전진을 위한 움츠림이었다. 1회에서 유이화가 돈을 옮기는데, 그동안 억압됐던 본연의 모습이 더욱 나올 예정"이라고 예고했다.
무거운 작품 분위기와 다르게 촬영 현장은 화기애애했다고. 김서형은 "공정환과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유선, 서영희는 연기의 연륜이 있지 않냐"며 "만나자마자 캐릭터가 있었다. 웃으면서 즐거웠다"고 떠올렸다. 유선은 "서영희와는 같은 극단 출신이라 친숙했다. 김서형과는 영화 '검은 집'에서 만나 많이 의지한 기억이 있다"며 "다시 만나게 되면서 친구로 연기할 수 있어서 편했다. 그렇기에 더욱 빨리 케미가 만들어지지 않았을까"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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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형은 우연한 계기로 은행에 취직하게 되고, VIP 고객들을 담당하며 삶이 180도 바뀌게 되는 주부 유이화 역을 맡았다. 그는 "1화에서는 남편과의 관계에 중점을 뒀다. 그 관계성이 잘 묻어나야 주체적인 유이화의 모습이 더 잘 살 거라고 생각했다"며 "치열하게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만들어 갔다. 유이화의 긍정적인 면, 선함, 정의감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간 센 역할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김서형은 '종이달'을 만나 선함으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그는 "외향적으로 신선해 보일 수 있다. 주체적인 여성 서사에 끌려서 작품을 선택했다"고 강조했다.
화려하게 사는 것이 좋은 헤비 쇼퍼이자 커리어 우먼 류가을로 분한 유선은 "남들이 갖지 못하는 걸 소유함으로 도취감을 느끼는 인물이다. 그 안에서 잠깐이나마 힐링을 찾고 싶어한다"며 "직업 자체가 뷰티 브랜드의 매니저기 때문에 트렌드를 쫓는 모습이 있다. 감각적이고 센스 있고, 자유로운 의상을 입으려고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유선은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캐릭터의 신선함과 에너지가 선택의 이유다. 나름 매번 열심히 변신하고 있고, 연쇄살인범을 맡은 적도 있는데, 가을을 만났을 때 환기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밝고 경쾌하고 쿨하다. 어떻게 보면 강할 것 같아 보이지만, 뜨거운 면도 있어서 내 성격과 맞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시우는 빚이 많지만 열정은 넘치는 영화과 휴학생 윤민재를 연기한다. 그는 "윤민재는 강한 감정의 이끌림으로 유이화와의 관계를 시작한다. 매번 작은 감정의 변화가 있는데, 변화들이 또 하나의 성장 과정이 될 것 같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처음 캐스팅됐을 때 믿기지 않아서 얼떨떨했다. 하루 정도 기쁘다가 다음 날부터 이것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될지 걱정과 고민이 생기더라"며 "공부하듯이 촬영했다"고 회상했다.
공정환은 명예와 사회적 성공이 인생의 목표인, 유이화의 남편 최기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그는 "최기현에게는 유이화 자체가 결핍이다. 선망의 대상이고, 자기가 가진 것 같고, 드러내놓고 자랑한다"며 "그런데 유이화가 자기 앞에서 이야기하는 걸 용납하지 못한다. 항상 자격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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