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메이커’가 여성 서사물의 새 역사를 쓴다. 김희애, 문소리의 만남이라는 것만으로 시선을 끌고, 연기파 배우들의 치열한 연기 싸움과 하모니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배우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과 오진석 감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인 대기업 전략기획실장 황도희(김희애)가 정의의 코뿔소라고 불리는 인권변호사 오경숙(문소리)를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작품은 선거판의 왕관을 차지하기 위해 달려가는 여성들의 쇼 비즈니스가 중점적인 배경이다. 오 감독은 ‘퀸메이커’라는 제목에 대해 “실제 영어권 국가에서 정식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아니라고 하더라. 정통적으로 정치, 암투, 권력은 남성들의 세계였다는 것일 것”이라며 “강렬한 여성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것이 여타 정치물과 다른 점이다. 전혀 성격이 다른 두 여성이 어떻게 충돌하고 연대하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정치판 소재는 민감한 부분이 따라다니기도 한다. 이에 대해 오 감독은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것에서 시작했다. 강한 힘이 있어야 했고, 그러면서 선거물의 외피를 띄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전형적인 정치물의 기획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강한 대상을 만들다 보니 정치와 권력으로 이어졌다”며 “고민이 좀 있었지만 나와 작가가 자유롭게 생각한 지점은 디테일하게 특정 정당이나 정치색을 그리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감독은 황도희와 오경숙을 얼음과 불로 표현했다. 그는 “황도희는 어떠한 경우에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부서지는 과정에서 끝까지 녹지 않는 얼음의 이미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경숙은 물불 가리지 않는 뜨거움, 불의 상징을 생각했다. 주변을 데우는 따스함이 있다”며 “불과 얼음의 시너지가 모순적이고 어려운 과정인데 두 배우가 내 상상 이상으로 잘 표현을 해줘서 연출로서 흥분되는 경험을 했다”고 만족해했다.
이어 “대사 중에 오경숙에게 ‘돈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명예도 생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오버하면서 약자를 위해 투쟁하냐’고 질문하는 것이 있다. 오경숙은 엄청난 철학이 아닌 당연하다는 듯이 ‘좋은 세상 만들려고’라고 한다”며 “단순하지만 울림이 있는 대사였다. 당연한 말이 낯설게 들리는 시대가 아닌가 싶었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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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애와 문소리의 첫 만남만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희애는 날카로운 카리스마로 황도희 캐릭터를 만들고, 문소리는 휴머니즘 가득한 오경숙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김희애는 순수했던 과거부터 승승장구하다가 나락으로 가는 모습까지 감정의 변화가 큰 캐릭터를 그려냈다. 그는 “황도희의 성장일기로 봤다. 인간의 본성을 볼 수 있는 재미가 있다”며 “황도희의 노련함과 영리함을 통해 대리만족을 했다. 캐릭터 간 치밀한 신경전과 반전이 끝까지 대본을 놓지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문소리는 돌직구 화법의 정의로운 오경숙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했다. 김희애는 문소리에 대해 “여러분이 다 알다시피 연기 잘하는 배우이자 감독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전체를 보는 시야가 넓다”며 “오경숙이 자칫 가벼워 보일 수 있는 캐릭터다. 밸런스를 유지하지 않으면 가짜가 되지 않을까 우려했는데, 역시나 문소리는 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단언컨대 문소리가 우리나라에서 최고가 아닐까 싶다. 이래서 ‘문소리 문소리 하는 구나’ 싶었다”고 치켜세웠다.
문소리는 “처음에는 ‘하나가 되는 모습이 잘 그려져야 할 텐데’라고 걱정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선배님 눈을 봤는데 극 중 캐릭터처럼 스르르 맞춰가는 것이 있었다”며 호흡을 자랑했다.
이외에도 연기파 배우들이 화면을 꽉 채운다. 류수영은 훈훈한 미소 뒤에 거대한 야망을 감춘 백재민을 연기했다. 백재민은 서울 시장 후보로 뛰어들어 황도희, 오경숙과 맞붙는다. 류수영은 백재민에 대해 “인간은 상당히 도덕적이지만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도덕적인 것을 보여주는 거울 같은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희애는 “추측하건대 다른 남자 배우들이 흔쾌히 선택할 수 없을 만큼 너무 악역이다. 그런데 류수영은 선한 이미지이지 않나”라며 “작품을 보면 깜짝 놀랄 것이다. 류수영의 재발견”이라고 예고했다.
서이숙은 욕망 가득한 은성그룹 회장 손영심 역을 맡았다. 그는 화려한 스타일링으로 냉철하고 위엄 있는 손영심을 완성했다. 김희애는 “여배우들은 나이보다 들어 보이게 나오는 것에 신경 쓴다. 서이숙이 실제로 나이가 많지 않은데, 자기를 버리고 손영심 캐릭터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배우인 것”이라며 “새로운 인물을 창조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배우들은 입 모아 연기에 집중해서 봐달라고 했다. 문소리는 별다른 설명 없이 “김희애이지 않나. 믿고 보셔도 된다”고 하기도. 김희애는 “농담처럼 이야기하지만 (넷플릭스) 전작이 정말 훌륭한 작품이 많지 않나. 그런데 평가가 짜다”며 “열심히 만들었는데 어떻게 평가될지 조심스럽고 불안한다”고 촌철살인 멘트를 남겼다. 그러면서 “단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배우들이 연극 무대처럼 역할에 푹 빠져서 재즈를 연주하듯이 어느 것을 해도 받아주는 걸 보고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열심히 연기했다는 것은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오는 14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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