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전문 브랜드 노티드가 봄을 맞아 신제품 '벚꽃 도넛'을 출시했지만 비난 여론에 휘말렸다. 그도 그럴 것이 최초의 상품명은 '벚꼬ㅊ 도넛'이었다. 유튜브 등을 통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다나카상'과의 컬래버 작품이다.
일본 호스트바 출신의 다나카상, 韓日서 인기 행진
'벚꼬ㅊ 도넛'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알기 위해선 먼저 다나카상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일본 출신의 다나카 유키오는 한국의 개그맨 김경욱이 지난 2018년에 만들어낸 '부캐(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로, 도쿄의 유흥가인 신주쿠 가부키초에서 활동하는 호스트바 직원이라는 설정을 가진다. 즉 한국의 개그맨이 연기하는 일본인 콘셉트의 캐릭터다.
다나카상은 “꼬츠가루(꼬ㅊ가루=꽃가루)를 날려” “머끄방그(먹방)” 등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한다. 한 때 일본에서 유행했던 '샤기컷' 헤어스타일을 하고 스키니진을 입고 거리를 배회하기도 한다. ‘꽃가루’라는 단어를 ‘꼬츠가루’라고 발음하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발음 차이를 이용해 건네는 일종의 외설스러운 농담인 셈이다.
다나카상은 지난해 11월 음반 발매에 이어 첫 '내한 콘서트(?)'도 진행했다. 지난 1월 3일간 진행한 콘서트 '꼬ㅊ보다 TANAKA'는 7만~9만원대 티켓 가격에도 800석 전석이 매진되기도 했다.
일본 현지 언론도 다나카 캐릭터에 관심을 보였다. 포브스 재팬은 지난달 15일 '한국 인기 유튜버 다나카는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다나카의 유행어인 '오이시쿠나레'(맛있어져라), '모에모에큥'과 같은 일본어가 한국에서 유행어로 자리 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나카는) 주로 유튜브에서 활동하지만, 최근 TV와 잡지, 광고에서도 활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노티드 '벚꼬ㅊ 도넛', 비위 상하고 불쾌"
노티드 또한 이러한 다나카상의 인기에 집중해 지난 5일 '벚꼬ㅊ 도넛'을 출시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다나카, 노티드의 지명그를 받아소 '다나카 벚꼬ㅊ도넛 출시", "벚꼬ㅊ향을 첨가한 도넛이가 탄생해버려쏘!", "오이시꾸나레 모에모에뀽" 등의 홍보 멘트를 적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SNS 이용자들은 "팬이지만 싫다", "그대로 읽으면 벚꼬츠 도넛인데 먹는 음식에 저런 이름을 붙이니 너무 불쾌하다", "기업 공식 홍보 멘트에 '모에모에뀽'이라니…" 등 반응을 보이며 거부감을 표했다. 이에 노티드는 "‘다나카 벚꽃 도넛’ 출시"라고 멘트를 바꾸고, "오이시꾸나레 모에모에뀽" 등을 삭제했다.
제품에 대한 거부 반응은 다나카라는 캐릭터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졌다. ‘벚꼬ㅊ 도넛’ 출시에 질색을 표시한 한 이용자는 "우리나라 대중 주류로 다나카를 좋아하는 정서가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성유흥업소에 종사하는 캐릭터 자체도 유해하다고 생각하고 이게 대중적으로 웃으며 소비할 콘텐츠는 아니지 않나"라고 적었다.
음지 문화가 양지로…"B급 정서가 대세"
실제 다나카에 대한 호불호는 적잖이 갈리는 편이다. 대놓고 일본인을 표방하는 다나카를 향한 '왜색 논란'은 다나카가 얼굴을 알리는 시점부터 존재했고, 일각에서는 '외국인 희화화'에 대한 지적도 있다. 한 네티즌은 "입장 바꿔 한 외국인이 한국인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하면 화낼 거면서 왜 다나카는 재밌다고 넘기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다른 논란은 그의 캐릭터가 남자 성매매를 나타내는 호스트바 출신이라는 부분이다. 실제 다나카는 콘셉트에 그치지 않고 일본의 호스트바에서 활동하는 ‘선수’들 사이에 섞여 이른바 ‘샴페인콜’을 하는 영상을 올린 적이 있다. 해당 캐릭터가 인기를 얻은 이후 다른 대형 유튜브 채널에서도 호스트바에 방문해 일명 가게 넘버 10부터 1까지 등장시키며 호스트바 이용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영상이 업로드되는 등 2차 생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 다나카 영상을 보고 호스트바에 다니기 시작한 20대 한국인 여성의 이야기를 소개한 일본 기사도 있다.
일각에서는 다나카 캐릭터의 인기에 대해 "비주류, B급 정서가 문화의 대세로 떠오르면서 다소 '파격적'인 유행이 양지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또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다나카 같은 콘텐츠는 개인의 일상이나 핵심이 되는 소재를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며 "앞으로 이런 콘텐츠 제작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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