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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괴물 갑질에 견제장치 마련"…수천억대 NPE 소송에도 영향

■퀄컴 '1조 과징금' 확정

대법 "공정위 처분 정당" 판결

칩셋 공급 볼모로 부당계약 강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판단

업계 "라이선스·단가 등 협상서

삼성 등 국내기업 반사이익 기대"

퀄컴 "법원결정 인정…협력 도모"

2016년 7월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심판정에서 열린 퀄컴의 시장지배적지위남용행위에 대한 전원회의에서 관계자들이 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공정거래위원회가 다국적 반도체·통신장비 업체 퀄컴에 부과한 1조 원대의 과징금에 대해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리면서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특허권 갑질’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기업들의 불공정 계약 사례뿐만 아니라 특허관리전문회사(NPE)와의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은 13일 퀄컴 인코포레이티드(QI)와 계열사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QTI)·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QCTAP)가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취소소송에서 퀄컴 측 상고를 기각하고 공정위 손을 들어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크게 퀄컴이 독점하고 있는 모뎀칩셋 특허권을 이용해 기업들에 일방적인 계약을 강제했는지 여부였다.

‘특허 괴물’로 불리는 퀄컴은 휴대폰 생산에 필수적인 2만 5000여 개의 이동통신 표준필수특허(SEP)를 독점하고 있다. 공정위는 퀄컴이 다른 기술로 대체 불가능한 특허권을 바탕으로 국내외 모뎀칩셋 제조사나 휴대폰 제조사들을 상대로 이미 칩셋 구입가에 포함된 특허 라이선스를 별도로 구입하도록 강요하거나 휴대폰 판매 대금의 일부를 실시료로 내도록 계약을 강제했다고 판단했다. 계약을 거부하거나 판매처를 제한한 갑질 행위도 문제가 됐다.

공정위의 처분에 반발한 퀄컴은 2017년 2월 취소소송을 제기했고 서울고법은 공정위 시정명령 10건 중 8건이 적법하고 1조 350억 원의 과징금도 정당하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퀄컴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역시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처분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퀄컴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해 ‘휴대폰 제조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며 “휴대폰 단계 라이선스 정책을 구현한 의도나 목적은 표준별 모뎀칩셋 시장에서 경쟁사를 배제하고 시장지배적 지위를 유지·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 소송에서 퀄컴이 최종 패소하면서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특허 공룡’들의 갑질 행위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이번 판결로 NPE와 소송을 진행 중인 국내 기업들의 견제 장치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퀄컴은 ‘특허 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SEP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는 국제표준화기구확약(FRAND)을 하고 SEP 보유자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삼성전자·화웨이 등 국내외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판매처를 제한하는 등 부당한 계약을 강요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공정거래법상 타당성 없는 조건 제시 행위, 불이익 강제 행위 등이 다른 사업자의 사업 활동을 부당하게 어렵게 하는 행위가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기준을 구체화했다”고 의미를 부였다.

NPE 관련 소송으로는 삼성전자를 상대로 한 스크래모지 테크놀로지의 무선충전 장치 관련 특허 분쟁과 다이달로스프라임의 반도체 관련 기술 특허 분쟁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소송은 건당 많게는 수천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무분별한 특허권 침해 소송으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만큼 삼성전자 등 퀄컴과 계약 관계인 기업들은 반사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퀄컴은 복잡한 ‘갑을 관계’로 얽혀 있다. 반도체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삼성전자가 퀄컴 물량을 수주해야 하는 입장이지만 모바일AP와 모뎀칩셋 설계 분야에서는 경쟁 관계다. 모바일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퀄컴 모뎀칩셋의 최대 고객사이자 고성능 퀄컴 물량을 우선적으로 받아내야 하는 처지이기도 하다.

이런 복잡한 관계 때문에 공정위 소송 진행 과정에서 삼성전자는 한 발 물러나 있는 전략을 택했다. 소송 초기에는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해왔지만 2018년 초 돌연 소송 불개입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이어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5G 모뎀 생산 협력에 나섰고, 파운드리에서는 퀄컴 칩셋 물량을 대거 수주하기도 했다. 올해 갤럭시S23에는 삼성전자를 위해 특별 제작한 고성능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셋을 대량 받아 쓰는 등 다양한 방안의 협력에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만큼 라이선스·물량·단가 등 다양한 협상에서 삼성전자가 상대적인 우위를 가져갈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라이선스 ‘갑질’의 최대 화두였던 모뎀칩셋 분야에서는 이미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데다 삼성 엑시노스 모바일AP의 외부 수요가 사실상 없는 상황이어서 당장 직접적인 이득을 보기는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퀄컴은 이번 판결에 원론적인 반응을 내놓았다. 퀄컴은 영문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결정을 인정한다(Appreciates)”며 “한국 파트너들과 회사의 오랜 상업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3심을 거치며 판결에 큰 변화가 없었고, 유사한 소송으로 세계 각지에서 과징금을 받아 온 만큼 결과를 받아들이는 한편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파트너사와 장기적인 협업을 도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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