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재수사 요청에 피해자를 조사하지 않고도 마치 진술을 받은 것처럼 허위 문서를 작성한 경찰관에게 유죄가 인정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기소된 경찰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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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2021년 3월 교통사고 재수사 결과서에 피해자의 진술을 허위로 적어 대전지검에 보낸 혐의졌다. 당초 A씨는 '공소권 없음'으로 판단해 사건을 불송치 결정했으나 검찰에서 "피의자가 사고 후 도주했다는 피해자들의 진술이 있다"며 재수사를 요청했다. 이에 A씨는 피해자들을 불러 조사도 하지 않고 재수사 결과서에 '피의자가 종합보험에 접수해줘서 병원 진료를 받았다'는 허위 진술 내용을 담았다.
1심은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으나 2심은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큼 공소사실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가 불송치 결정 전 피해자들에게 들은 말을 뒤늦게 재수사 결과서에 기록했을 가능성도 있고, 이 경우 허위공문서 작성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작성한 재수사 결과서에는 피해자들에게 진술을 듣고 그 내용을 적은 것처럼 기재돼 있다"며 "재수사 결과서를 작성한 경위나 구성 형태에 비춰볼 때 이 내용은 피고인이 검사의 재수사 요청에 따라 피해자들의 구체적 진술을 듣고 내용을 적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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