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 물류 업계가 물류비 인상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건비·유류비 등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의약품 배송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이유에서다. 제약사들은 원료의약품을 주로 수입에 의존해 최근의 글로벌 공급 대란에 따른 원료의약품 가격 인상에다 물류비까지 오르면 의약품 가격 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제약사들이 의약품 가격을 인상할 경우 결국 최종 소비자가격이 오르는 ‘드러그플레이션(Drug+Inflation)’이 나타날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의약품 물류 기업들이 물류비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CJ대한통운(000120)은 5~20% 수준의 인상 폭으로 제약사들과 물류 계약 갱신을 협의하고 있다. 의약품 전문 물류 기업인 고려택배도 물류비 인상에 나섰다. 고려택배의 한 관계자는 “물류비 인상 폭을 10% 수준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의 자회사인 용마로지스가 제약사들에 5~20%의 가격 인상을 통보하는 공문을 보낸 데 이어 다른 업체들도 물류비 줄인상에 나선 것이다.
의약품 물류 시장의 대표 기업은 용마로지스·CJ대한통운·고려택배 등이다. 용마로지스의 시장 점유율이 약 50%에 달하며 CJ대한통운·고려택배가 나머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제약사와 계약 기간을 정하고 계약 만료 시점에 재계약을 한다. 의약품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고부가가치 물품이다. 통상 월 5만 개 이상 거래하는 곳은 상위 고객사로 분류된다. 거래 물량이 적을 경우 거래가 끊기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제약사들의 원가 압박이 커지면서 의약품의 소비자 구매 가격도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인상 폭은 5% 내외였으나 최근 물류 업계에서 큰 폭으로 물류비를 올리고 있다”며 “거래 물량이 1만 개 이하인 업체에는 거래 중지를 통보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들이 물류비 인상을 밀어붙일 경우 제약사는 결국 가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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