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 중국 인민은행장이 중국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은 현재 대부분 중단된 상태라고 15일(현지 시간) 밝혔다. 환율을 관리하는 중국의 방식이 불투명하다는 미국 측의 주장을 정면 반박하는 발언으로, 그는 위안화 환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최근 중동 등을 중심으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위안화 국제화’에 또 한 번 힘을 실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 회의 참석차 미 워싱턴을 찾은 이 행장은 이날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연설에서 “인민은행은 여전히 시장에 개입할 권리를 갖고 있으며 실제 개입이 없다는 입장도 아니다”라며 “다만 중국은 최근 수년간 외환시장에 대한 정기적인 개입에서 벗어나 개입 규모와 빈도를 단계적으로 줄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시장이 중앙은행을 이기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행장이 방미 기간 인민은행의 외환정책을 직접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가 그만큼 달러 패권에 맞서기 위한 위안화의 글로벌 위상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며 “기본적인 정책 방향은 위안화의 사용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작업은 최근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달 브라질과 양국 금융거래에 달러 대신 위안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했으며 정치·경제적으로 밀착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은행에 처음으로 위안화 대출을 해줬다.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프랑스 토탈에너지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수입하며 위안화로 결제했다. 모건스탠리가 현재 국제 결제통화 비율이 3%에 불과한 위안화를 가리켜 “10년 내 세계 3대 결제통화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그간 미국 재무부는 중국의 환율 관리 방식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구심을 제기해왔다. 지난해 11월 환율 보고서에서는 중국 정부가 환율 관리 체제의 정책 목표를 포함해 제한적인 정보만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개인 외화 환전 한도를 연간 5만 달러로 제한하는 등 외환시장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그는 “현재 환율 수준은 갑작스러운 대규모 자본 이탈이 없는 ‘균형’ 상태”라며 “중국은 환율과 통화정책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자본수지 흑자가 아닌 ‘균형 잡힌’ 경상수지를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날 IMF·WB 회의에서도 “중국 경제는 안정적으로 회복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올해 약 5%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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