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의 기초를 닦은 김훈철 전 한국선박연구소장이 16일 오전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만 89세.
전북 남원에서 태어난 고인은 전주고, 서울대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시간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1~1967년 미시간대 전임강사·조교수를 거쳐 1967년부터 미국 해군선박연구개발센터 조선기사로 일하다 1968년 해외 유치 과학자로 귀국,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조선해양연구실을 만들고 초대 실장으로 취임했다.
고인은 1970년 4월 국내 기계공업의 밑그림을 그린 ‘한국 기계공업 육성 방향 연구조사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으며 3차 경제개발계획의 조선공업 부문 담당자였다. 당시 국내에 1만 톤급 조선소밖에 없을 때 20만 톤 규모의 조선소를 건설하자고 주장했다. 또 KIST에 길이 200m가 넘고 건조 비용도 200만 달러나 되는 국제 규모의 수조를 만들자고 제안해 1974년 공사를 시작했다. 1978년 완공된 수조는 1980~1990년대 조선 산업이 필요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며 조선업 도약의 토대 역할을 했다.
이후로도 고인은 1976년 국방과학연구소(ADD) 진해기계창장, 1979년 한국선박연구소(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초대 소장, 1983년 조선학회 회장, 1988년 한국기계연구소장, 2002년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 과학기술특보를 맡으며 한국 과학기술과 조선업 발전에 공헌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이기도 한 고인은 대통령표창(1977), 국민훈장 모란장(1990)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순함(한국외대 영어과 명예교수) 씨와 2남 1녀(김석진·김석규·김영) 등이 있다. 빈소는 용인 쉴낙원경기장례식장 VIP 2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18일 오전 9시 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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