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 차액결제거래(CFD)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 CFD를 악용한 일부 투기 세력의 무리한 ‘빚투’ 로 반대매매 폭탄이 쏟아지면서 삼천리(004690)와 선광(003100) 등 4개사가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으며 시가총액이 5조원 가량 증발했다. 금융 당국은 증권사 사장단을 소집해 CFD 등 빚투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4일 촉발된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매도 사태로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중 4개가 26일에도 하한가로 떨어지면서 지수 역시 약세를 보였다. 코스피에서는 대성홀딩스(016710)와 삼천리·서울가스(017390)가, 코스닥에서는 선광이 각각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CFD 거래와 관련해 매물이 쏟아진 8개 종목은 사흘간 시총이 12조1949억원에서 4조8042억원으로 7조3906억원이나 쪼그라들었다. 3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맞은 4개 종목 주가는 65.6% 폭락했다.
CFD 등 빚투가 증시 악재로 부각되자 코스피와 코스닥은 모두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4.19포인트(0.17%) 하락한 2484.83, 코스닥은 8.27포인트(0.99%) 내린 830.44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빚투 공포를 키운 CFD에 대한 문제 의식은 커지게 됐다. CFD는 일부 증거금만 납입한 뒤 주식·채권 등 실제 기초자산을 보유하지는 않고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따른 차액만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주당 6만 원에 1만 주 사려면 6억 원이 필요하지만 CFD를 이용하면 매매 대금의 40%인 2억 4000만 원으로 1만 주를 살 수 있다. 나머지 대금은 증권사가 빌려준다.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10% 올라 6만 6000원이 되면 CFD 투자자는 상승분(6000만 원)에서 빌린 돈의 이자를 제외하고 수익을 챙긴다. 반면 주가가 10% 하락하면 차액만큼 본인의 증거금에서 깎인다. 증거금률은 종목마다 다른데 40%라면 최대 2.5배의 차입 투자가 가능하다.
실제로 주식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차액만 결제하기 때문에 각종 부담도 적다. 주식 소유권이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에 있어 대주주 양도세 부과 대상에서 빠지고 해외 주식 투자시 양도소득세율도 11%로 직접 투자(22%)의 절반에 그친다. 여기에 CFD는 매수와 매도 양쪽 주문을 다 넣을 수 있고 주식을 실제로 갖지 않고도 매도할 수 있어 공매도 투자 효과가 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일반 주식 계좌가 경차라면 CFD는 슈퍼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 위험은 매우 크다. 신용 융자처럼 증거금이 부족하면 반대매매에 직면하고 매일 종가 기준 증거금(40%)의 60% 이하로 내려가면 추가 증거금을 요구한다. 못 내면 다음 날 오전 10시 반대매매가 이뤄지며 장중 계좌 증거금률이 40%를 밑돌 경우 실시간으로 반대매매가 진행된다.
하한가를 이어간 4개 종목들 역시 주가 급락→담보 부족→반대매매→추가 주가 하락→추가 반대매매가 진행된 것으로 분석된다. 2021년 미국 헤지펀드 아케고스는 CFD 등을 통해 보유 자산의 5배가 넘는 과도한 차입 투자를 했다. 하지만 주가 급락에 증거금을 추가로 보강하지 못해 골드만삭스 등 아케고스와 거래한 금융회사들은 블록딜 등으로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13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기록했다.
CFD는 거래 구조상 투자 주체가 노출되지 않는다. 투자자의 주문을 받은 국내 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에 매매를 위탁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가 폭락 사태에 연예인과 전문직 유명 인사 등이 연루된 것으로 전해진 것도 CFD의 특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종 주문은 외국계 증권사여서 외국인 거래로 분류되는 것도 시장에 혼란을 주는 요소다.
주식시장에 불공정거래 이슈가 확산하자 금융감독원은 주요 증권사 사장단을 소집해 위험관리를 당부하기로 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28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열고 CFD 반대매매 및 신용 융자 거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관련 당부를 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위와 검찰은 SG증권발 매도 사태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위는 통상적인 절차를 거쳐 사건을 통보하기에는 사태가 위중하다고 보고 조사 초기부터 협력의 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관련자 10명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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