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곳곳에서 달러 패권에 균열을 내는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외환위기를 맞은 아르헨티나가 26일(현지 시간) 중국산 수입 제품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한 가운데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의 ‘탈달러’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4월에 10억 달러 규모로 중국산 제품을 수입할 때 미국 달러화 대신 위안화를 쓸 것”이라며 “앞으로 매달 7억 9000만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수입 결제를 위안화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가 최근 심한 흉년과 정국 혼란 등의 여파로 환율 폭등(통화가치 폭락)과 세 자릿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 결제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 중국으로서도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국인 아르헨티나의 경제적 어려움이 중남미 내 ‘위안화 굴기’에 속도를 낼 기회였다.
세르히오 마사 아르헨티나 경제장관은 가뭄으로 주요 상품인 농산물 수출액이 150억 달러 가까이 급감했다며 “이번 결정은 달러화 유출을 완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환율은 전일 대비 6%나 하락하는 등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아르헨티나는 이미 지난해 11월 중국과 5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연장하며 외환보유액 강화를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룰라 대통령도 이날 스페인 순방 중 “유럽이 유로화를 만든 것처럼 브릭스 국가 간 무역통화를 만드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달러화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남아메리카 국가들을 위한 잠재적 교역단위(trading unit) 마련을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룰라 대통령이 ‘탈달러’를 주창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올해 1월에는 아르헨티나를 방문해 양국 간 공동 통화 개발을 약속했으며 지난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뒤 양국 간 교역에서 달러 대신 자국 통화를 사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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