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아바타입니다.”
이달 28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한 실험실에서 만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아바타’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사람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하는 원격조종 로봇이다. 아바타를 만든 배준범 UNIST 기계공학과 교수는 “군사, 재난 등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디지털 가상세계) 기술로도 응용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며 “앞으로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사람의 동작을 정확하게 따라하는 등의 기술 고도화 작업을 해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아바타’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진행됐던 미국 엑스프라이즈재단 주최 아바타 로봇 대회에서 전 세계 99개의 참가 팀 중 6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엑스프라이즈재단은 인류가 직면한 문제의 해법을 발굴하기 위한 신기술 대회를 열었는데 배 교수 연구팀은 이 중 아바타 로봇 부문에 도전했다. 대회 직전에 임의 배정된 제3자의 조종자가 로봇들을 직접 조종해 퍼즐을 맞추거나, 잔을 들고 건배를 하거나, 심지어 드릴을 쥐고 볼트를 풀고 물체를 잡고 그 재질이 거친지 매끄러운지 설명하는 등의 과제를 수행해야 했다.
상위권을 차지한 UNIST의 아바타는 150㎝ 남짓 돼보이는 키에 네모진 얼굴과 눈·입, 팔과 3개의 손가락 등 사람 상반신의 모습을 갖췄다. 사람으로 치면 눈썹 자리에 달린 2개의 카메라가 실제 눈 역할을 한다. 하반신에는 배터리와 함께 바퀴가 달려있어, 조종자의 걷는 시늉에 맞춰 앞뒤로 이동도 할 수 있다. 5m 정도 떨어진 곳에는 연구원 한 명이 각종 조종 장비를 착용하고 로봇을 원격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로봇과 시야를 공유하는 고글형 웨어러블 기기인 헤드마운티드디스플레이(HMD), 압력·진동·거칠기 정도의 촉각을 공유할 수 있는 햅틱 장갑, 조종자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인식하는 적외선 카메라 등으로 이뤄졌다. 햅틱 장갑은 위로 길게 이어진 2줄의 와이어와 연결돼 있는데, 이를 통해 로봇이 손에 쥔 물체의 무게를 조종자도 느낄 수 있다. 배 교수는 “아바타가 수행하는 명령의 데이터 양이 크지 않아 와이파이로도 실시간 원격 조종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스타트업 ‘멜리고(MELIGO)’를 창업해 아바타의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UNIST는 이날 본교에서 아바타를 포함한 학교의 연구성과(R&D)를 소개하는 ‘2023 UNIST 과학&ICT 콘서트’ 행사를 개최했다. 이용훈 총장은 2027년 세계 100대 대학에 진입하겠다”고 밝히며 이를 위한 도전 계획 등을 소개했다. 심재영 정보바이오융합대학장은 “AI 혁신파크는 2021년 출범한 후 부울경 지역 135개 기업을 대상으로 229명의 산업현장 AI 전문가를 배출하는 등 산업협력 혁신허브로 자리매김했다”며 AI를 통한 지역 상생 성과를 언급했다. 김성엽 공과대학장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기술을 소개했다.
최연소 카카오 사외이사로서 지난달 UNIST에 합류한 박새롬 산업공학과 조교수는 AI 발전에 따라 함께 커지는 악용 우려에 대해 “AI를 완벽하게 만들면 좋겠지만 취약점이 존재하는 게 현실이다”며 “취약점이 있다고 해도 사람들은 유용성 때문에 AI를 계속 쓸 것이다. AI 보안을 병행해서 강화하고 특히 사람이나 생명과 연결된 민감한 부분에 유의하면서 AI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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