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한국에서 조합원 수가 가장 많은 한국노총의 국고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다. 한국노총이 노동조합 회계 자료를 제출하라는 고용부 요구를 불응한 데 따른 조치다. 지원 중단은 정부의 노동 개혁과 회계 자료 제출이 도화선이 된 노정 관계의 대립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
고용부는 올해 노동단체 지원사업에서 한국노총을 제외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사업은 민간 공모로 이뤄진다. 공모를 통해 매년 전체 예산의 절반 가량인 약 26억원을 지원받던 한국노총의 ‘탈락’은 이례적이다. 이 지원금은 한국노총 상담소 운영 등에 주로 쓰였다.
한국노총의 지원 중단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한국노총은 2021년 노조 조합원 수가 123만8000명으로 전체 조합원의 42.2%를 차지하는 제1노총이다. 민주노총(41.2%)과 노조 지형을 양분해왔다. 강경노선을 걷던 민주노총과 달리 한국노총은 역대 정부마다 노정 파트너로서 역할을 해왔다.
현 정부의 한국노총의 지원 중단은 예정된 수순이다. 고용부는 올해 노동단체 지원사업을 신규 단체의 지원이 유리하도록 개편했다. 예산 절반을 신규 단체에 배정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올해도 지원 사업을 신청하지 않았다. 특히 고용부는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서는 지원 중단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본부는 노조 회계 자료 제출이 노조 자주권을 침해한다며 거부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노총의 지원 중단은 냉각된 노정 관계를 더 얼어붙게 할 전망이다. 양대 노총은 노조 회계 자료 제출이 위법하다며 법적 대응에 나설 방침이다. 양대 노총은 전일 전국 단위의 대정부 규탄 집회를 열었다. 한국노총이 노동절(5월1일)에 전국노동자대회를 연 것은 7년 만이다. 노동계는 오는 7월 총파업 등 연말까지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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