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음료’를 제공한 보이스피싱 조직원 일당 3명을 재판에 넘겼다. 검찰은 이들에게 최고 사형까지 구형할 수 있는 마약류관리법상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 투약’ 혐의를 적용했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신준호 부장검사)은 4일 마약류관리법 위반 및 범죄단체가입·활동 등 혐의로 마약 음료 제조·공급자 길 모 씨와 보이스피싱 전화중계기 관리책 김 모 씨를 구속기소했다. 별건의 마약 판매 혐의로 이미 구속기소된 전달책 박 모 씨는 길 씨에게 마약을 전달한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중국 소재 보이스피싱 조직과 공모해 제조한 마약 음료를 ‘집중력 강화 음료 무료 시음회’를 빙자해 강남 학원가에서 학생 등에게 제공했다. 지정된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두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박 씨가 전달한 필로폰 10g을 길 씨가 우유와 섞어 마약 음료 100병을 만드는 방식이다. 이들이 제조한 마약 음료는 학생 등 미성년자 13명에게 전달됐다. 마약 음료를 마신 9명 가운데 6명이 환각 등 증상을 겪은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애초 법정 최고형이 무기징역인 ‘미성년자 마약제공’ 혐의로 길 씨를 송치했다. 하지만 검찰은 한층 중한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 투약’ 혐의를 적용했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영리를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상습 수수·조제·투약·제공한 자에게는 사형·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검찰은 마약 음료를 복용한 피해자들이 환각 증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길 씨에 대해 특수상해 혐의도 적용했다. 또 피해자의 부모 6명에게 ‘자녀를 마약 투약 혐의로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요구하는 등 공갈 미수 혐의도 있다. 김 씨는 길 씨 등이 피해 학부모에게 협박 전화를 거는 과정에서 중계기를 이용해 ‘070’으로 시작하는 중국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 휴대폰 번호(010)로 변작해 준 혐의를 받는다. 차명 계좌로 범죄 수익 1543만 원을 입금받아 자금을 세탁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사건 송치 이후 길 씨 등과 통화한 300여 명에 대한 계좌 거래, 출입국 내역 등을 분석해 추가로 보이스피싱 조직원 모집책 이 모 씨를 이달 2일 국내에서 체포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은 5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이용제 판사 심리로 열린다. 검찰은 중국 공안 등과 공조해 보이스피싱 총책을 비롯한 국내외 추가 공범에 대한 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검찰은 “불특정 청소년을 속여 마약 음료를 투약하고 갈취 수단으로 활용한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며 “죄질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지도록 철저하게 공소를 유지하고, 범죄수익을 끝까지 추적해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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