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위원에 대한 신병 확보에 성공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수사에 물꼬가 트였다. 돈이 조성되고 뿌려지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고 알려진 강 전 위원에 대해 재차 구속 수사를 시도 끝에 신병을 확보하면서 ‘첫 단추 꿰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검찰이 현재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국회의원 측과 소환조사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어 최종 수혜자로 꼽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까지 수사가 ‘속도전’ 양상을 보일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8일 강 전 위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심사) 후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게 법원이 밝힌 발부 사유다. 이는 법원이 지난달 21일 강 전 위원에 대한 첫 구속영장을 기각한 지 17일 만이다. 검찰은 송영길 전 대표의 외곽 후원조직인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를 압수수색한 후 일부 컴퓨터 하드 디스크가 포맷·교체된 정황 등을 확인하고 지난 4일 강 전 위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차 청구했다.
강 전위원 측은 영장심사에서 ‘검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강 전 위원은 직접 발언 기회를 얻어 증거 인멸시도를 부인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 은폐를 위한 조직적 증거인멸이 있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는 검찰 측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이날 영장심사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 소속 검사 6명을 투입했다. 특히 180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도 제시, 강 전 위원과 공범들에 대한 보강 조사로 혐의가 소명됐다고 주장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강 전 위원 신병을 확보하면서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겨냥한 수사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최장 20일 동안 그를 구속 수사하면서 돈이 조성되고, 뿌려지는 등 과정까지 현미경 수사가 가능해졌다는 이유에서다. 강 전 위원은 2021년 3~5월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윤관석·이성만 민주당 의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구속기소) 등과 공모해 9400만 원을 살포한 혐의(정당법 위반)를 받는다. 강 전 위원이 이들 자금 가운데 8000만 원을 스폰서로 지목된 사업가 김 모 씨 등으로부터 조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윤 의원 등에 대한 앞선 압수수색 영장에 2021년 4월 ‘기존 지지세를 유지하기 위해 돈을 뿌릴 필요가 있다’는 윤 의원 지시에 따라 강 전 위원이 총 6000만 원을 마련했다고 적시했다. 또 해당 자금이 300만 원씩 쪼개져 같은 당 국회의원 10~20명에게 전달됐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강 전 위원은 2020년 9월 사업가로부터 수자원공사 산하 발전소 설비에 대한 납품 청탁 명목으로 300만 원을 수수한 혐의(뇌물수수)도 있다. 검찰이 앞서 금품수수가 의심되는 국회의원 등에 대한 출석 시기를 조율 중이라고 밝힌 만큼 이르면 금주 내 소환 조사가 이뤄질 수 있다.
게다가 강 전 위원의 구속영장에 적시되지 않았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도 본격 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검찰은 앞서 압수수색 영장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강 전 위원에 대한 구속 영장에서 자금 출처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보고, 적용치 않았다. 강 전 위원 신병을 확보한 만큼 사업가 김씨 등을 소환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수사에도 시동을 걸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대체적 시각이다. 여기에 송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자금을 조달했을 가능성에 대한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수 있다. 검찰은 앞서 먹사연 등 압수수색 영장에 송 전 대표를 돈봉투 살포 혐의의 공범으로 적시했다고 알려졌다. 또 참고인 등 조사 과정에서도 ‘9400만원 외에 추가로 더 많은 자금이 뿔려진 것으로 안다’는 취지의 진술도 검찰이 확보했다. 이 전 사무부총장 녹취록에 송 전 대표가 직접 금품은 건넸다는 취지의 말이 담겨 있다고 알려진 점도 향후 또 다른 스폰서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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