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042660)이 한화오션으로 사명을 바꾸며 재계에 남아 있는 ‘대우’ 브랜드의 존재감도 희미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우라는 사명은 여전히 브랜드 파워를 중시하는 국내외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명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명을 한화오션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1978년 대우그룹에 인수돼 대우조선공업으로 이름을 바꾼 지 45년 만에 사명에서 대우를 떼어내게 된다.
대우조선해양마저 사명을 바꾸면 대우 브랜드를 사용하는 국내 기업은 대우건설(047040)·타타대우상용차·대우산업개발 정도만 남는다. 이미 많은 기업이 옛 대우그룹 시절 이름을 버리고 새 정체성에 맞는 사명을 사용 중이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는 2002년 제너럴모터스(GM)에 인수된 뒤 GM대우라는 사명을 사용하다 2011년부터 한국GM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룹의 주력이던 ㈜대우 무역 부문도 마찬가지다. 2010년 포스코에 인수된 뒤 대우인터내셔널·포스코대우를 거쳐 2019년 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 밖에 대우전자는 위니아(071460)전자, 대우증권은 미래에셋증권(006800), 대우중공업 건설·철도·항공 부문은 각각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 현대로템(064350), 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이라는 이름을 사용 중이다. 대우그룹에 몸담았던 한 재계 인사는 “자동차·상사와 함께 그룹의 주력 사업이던 조선에서도 대우의 흔적이 사라지는 건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굵직한 기업들이 새 사명을 찾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대우의 영향력을 중시하는 기업들은 브랜드를 계속해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유럽이나 중앙아시아·동남아시아·아프리카 등에서는 대우의 브랜드 파워가 여전히 강해서다. 실제로 신흥국을 주력 수출 시장으로 둔 타타대우상용차는 전략적으로 사명에 대우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다.
김방신 타타대우 사장은 기자 간담회에서 “아직도 트럭 차주들은 우리 제품을 ‘대우 트럭’이라 부른다”며 “당분간 사명에서 대우를 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사용료를 지불하고 대우 브랜드를 이용해 사업에 나선 해외 기업들도 있다. 헝가리 소재의 한 기업은 ‘대우’라는 이름으로 오디오, 주방 용품, 청소기, 전동공구 등을 만들어 유럽 전역에 판매하고 있다. 대우 브랜드의 인기는 상표권을 갖고 있는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지난해 국내외에서 91억 원에 달하는 브랜드 로열티 수익을 거뒀다. 올해도 약 95억 원의 수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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