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43년이 지난 지금도 끊임없이 ‘북한 간첩 남파설’ 등이 음지에서 횡행하는 가운데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북한군 개입설 등 왜곡과 조작으로 진실을 왜곡하려 했던 발언이 일부 파악됐다.
16일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가 대국민 보고회를 통해 밝힌 조사 내용에 따르면 전씨는 5월 항쟁이 한창이던 1980년 5월 22일 언론사주들과 간담회에서 "지금 공수단 복장 괴한들이 광주를 빠져나가려 하고 있어 해안선 등을 철저하게 봉쇄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같은 해 6월 14일 미국상공회의소 관계자 면담에서도 "미확인 시신 22구가 있는데 이들이 전부 북한 간첩일 수 있다"라고 말하는 등 전씨가 5·18 당시부터 광주 상황을 북한과 연계시키는 발언을 한 사실이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쿠데타로 권력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는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 확대 이전부터 북한의 남침설을 지속적으로 유포해왔다.
남한이 혼란한 틈을 타 북한이 남침할 것이라는 논리를 앞세워 신군부의 집권을 정당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5·18 연구자들은 분석한다.
전두환 신군부는 이를 위해 미국 정부에도 거짓 정보를 흘린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5·18 기록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신군부는 광주에서 시위대가 인민재판을 시행하고 무장 투쟁 장기화를 위해 폭도 2000여명이 산악지대로 도주했다거나 간첩이 광주에 침투해 공작 활동을 하고 있다는 등 허위 정보를 상습적으로 유포했다.
그러나 1980년 5월 10일 육군 정보참모부가 작성한 북한 군사 동향에서는 북한군은 정상적인 수준으로 특이 징후는 없다고 판단한 자료가 남아있다.
미국 정부 역시 당시 북한군의 특이동향이 없음에도 전두환 신군부가 거짓 정보를 뿌린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당시 미국이 가장 염려한 것은 북한의 남침 가능성이 아니라 '군부의 분열'이었다는 사실도 언론인 팀 셔록이 입수해 공개한 미국 정부 기밀문서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조사위는 정보기관과 군이 전씨와 신군부 세력의 집권 정당성을 확보하고 불법 행위를 은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기록을 조작하고 왜곡을 일삼았다는 의혹에 관해서도 파악 중이다.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는 1985년 5·18 진상규명 요구가 사회적 쟁점으로 떠오르자 범정부 차원의 광주사태진상구명실무위원회(80위원회)를 조직해 대응했다.
1988년 국회 청문회를 앞둔 상황에서는 국방부 차원의 511위원회, 보안사의 511 대책반을 결성했는데 조사위는 이들이 군 기록을 변경하고 계엄군 체험수기 내용을 변조했는지 등을 확인하고 있다.
조사위 관계자는 "기록 조작, 변조에 직·간접으로 개입된 인사들에 대한 대인 조사에 중점을 두고 조사를 해왔다"며 "실무위원과 분석반장 등으로부터 왜곡·조작에 관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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