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인 전두환 전 대통령을 대신해 5·18 희생자와 유가족에게 거듭 사죄해온 전우원(27)씨가 5·18 민주화운동 43주년을 앞둔 17일 광주를 찾았다.
추모제례에 이어 전야제 행사를 찾은 그는 “죄인으로서 힘이 닿는 데까지 잘하고 싶다”며 “언젠가는 가족들과 같이 올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씨는 이날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를 지켜본 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제 가족을 대면하며 많은 무력감을 느꼈다”며 홀로 광주를 찾게 된 심경을 밝혔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몰려 누를 끼칠까 행사장 한쪽에서 조용히 공연을 관람했다.
전씨는 “여기 계신 분들이 그때 얼마나 큰 용기를 냈는지, 오랜 기간 얼마나 외롭게 싸워왔는지 알 수 있었다”며 “행사를 보면서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가슴이 많이 뜨거워졌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할아버지 때문에 힘들게 사신다”며 “저한테 돌을 던져도 할 말이 없는데 오월 어머니들이 따뜻하게 맞아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했다.
전씨는 “죄인으로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힘이 닿는 데까지 잘하고 싶다. 따뜻함을 보내준 분들께 실망감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다”며 “다시 광주를 방문하겠다. 광주에 자주 오는 게 올바른 사죄가 아닌가 싶다”고 거듭 사죄의 뜻을 표했다.
앞서 전씨는 이날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민주묘지 추모제례에 참석했다. 전씨는 참배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오늘은 저보다는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기억됐으면 한다. 말할 자격도 없지만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전씨는 이날 마주한 유가족 한 사람 한 사람에게 허리 숙여 사죄했고, 유가족과 오월어머니들은 “할아비와는 다르다 이렇게 또 와줘서 고맙다”며 그의 등을 다독이고 박수를 보냈다.
그는 1980년 5월 광주 공동체를 재현한 광주 금남로를 찾아 오월어머니집 회원들과 함께 주먹밥을 함께 빚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도 함께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미리 협의한 일정은 아니었으며, 나눔과 연대가 실현됐던 오월의 광주를 되새기는 주먹밥 천막에서 펼쳐진 우연한 광경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주황색 앞치마를 두르고 비닐장갑을 손에 끼운 채 직접 빚은 주먹밥을 나눠주며 시민과 어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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