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엘리뇨로 인해 올 여름 폭우가 예상되면서 ‘제습기 품절 대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업황이 좋지 않았던 제습 업계는 최근 주문량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그야말로 공장을 ‘풀 가동’ 중이다. 이달 초 어린이날 연휴에 강한 비가 내려 엘니뇨가 오기 전 제습기를 구매해야 한다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제습기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K매직의 경우 제습기 예상 판매량 대비 주문량이 200% 이상 폭주했다. 이 때문에 현재 제습기를 주문하면 배송까지 보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닉스도 지난 1~21일 제습기 판매량이 1년 전보다 147% 늘었다. 위니아는 지난 15~19일 판매량이 1년 전보다 300%가량 증가했다. 신일전자도 제습기 주문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최근 제습기 판매량은 저조했다. 제습기 시장 규모는 2013년 130만대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10년 가량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에어컨에 제습 기능이 있어 제습기를 따로 사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작용한 탓이다.
올해는 엘리뇨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 기상청은 올여름 엘니뇨가 3년 만에 한반도를 강타한다고 예보했다. 엘니뇨는 특정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는 현상으로 폭우를 동반한다. 엘니뇨가 왔던 2002년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까지 남부지방 강수량은 최고 601.4㎜로 평년(343.7㎜)의 두배 수준이었다.
특히 어린이날 연휴에 강하게 내린 비가 구매 심리를 자극했다. 봄답지 않게 강한 비가 내렸고 여름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심리가 확산됐다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5~6월에 비가 오면 제습기 판매량이 늘어난다"며 "지난해엔 7~8월 서울 강남에 물난리가 날 정도로 비가 많이 왔는데 '조금만 더 버티면 가을'이라는 심리 때문에 판매량이 증가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또 업계는 에어컨 제습 기능에 의존하는 것보다 제습기를 별도로 구매했을 장점이 많다고 강조한다. 가장 큰 이점은 '이동성'이다. 빨래 건조대 옆, 드레싱룸 근처로 옮겨 쓸 수 있다. SK매직은 지난 3월 너비가 22cm '초슬림 제습기'를 출시했는데 기존 제품의 절반 크기이고 손잡이와 바퀴가 달려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쓸 수 있다. 신일전자는 제습량 18L 상부식 제습기를 출시했다. 6리터 물통이 제품 상단에 달려 교체할 때 허리를 숙이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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