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 슈밋 전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머잖아 인공지능(AI)이 수많은 인간을 다치게 하거나 죽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슈밋 전 CEO는 200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의 중심이 된 인터넷·모바일 산업을 이끈 인물이다. 2001∼2011년 구글 CEO 자리에 올랐으며, 이후 2015∼2017년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의 회장을 역임했다. 2019∼2021년에는 미국 인공지능 국가안보위원회(NSCAI)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24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포브스 등 해외 언론에 따르면 슈밋 전 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주최한 CEO 협의회에 참석해 “AI가 실존적 위험을 가하고 있다”면서 “실존적 위험이란 아주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죽는 것을 뜻한다”고 밝혔다.
그는 가까운 미래에 AI가 ‘제로데이 공격’이나 생명 관련 과학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로데이 공격’이란 운영체제 등 핵심 시스템 내 보안 취약점이 발견되는 즉시 이를 겨냥한 해킹을 단행하는 것을 뜻한다.
슈밋 전 CEO는 "현재로서는 허구로 보이는 주장이겠지만, 추론 자체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우리는 악한 사람들이 이를 오용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핵기술과 비교해 AI 기술 확산을 통제하는 일이 어려운 이유를 논하기도 했다. 그는 "핵의 경우 농축 우라늄이 필요한데, 농축 우라늄을 구하기 정말 어려웠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살아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핵무기는 통상 90% 이상 농축된 우라늄으로 생산되는데, 이는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나마 핵 확신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AI는 하드디스크 드라이브나 이동식저장장치(USB)를 통해 (AI 기술을) 훔칠 수 있기 때문에 확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AI 기술 확산의 위험성을 거듭 짚었다.
아울러 “(AI 규제 방안은) 사회에 던져진 광범위한 질문”이라면서도 미국이 AI 통제를 위해 새로운 규제 기관을 만들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봤다.
슈밋 전 CEO의 이러한 우려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NSCAI는 그가 위원장을 맡았던 2021년, 미국이 AI 시대에 대비돼 있지 않다고 지적하는 보고서를 발간한 바 있다.
756페이지 분량에 달하는 해당 보고서에는 “미국인들은 AI 혁명이 우리 경제, 국가 안보, 복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지 아직 고민하지 않고 있다”면서 “AI의 악의적 사용으로부터 미국을 방어하기 위해 지금 당정 중요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미국의 AI혁명 대응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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