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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엔 '대게 파티'?…치킨보다 싼 가격, 무슨 일이

대게 경락가 최근 한달 45% 하락

브랜드 치킨 한마리값보다 저렴해

러시아 대게 美中 물량 韓에 몰려

경기 침체로 재고 쌓여 가격 하락

노량진시장에서 판매 중인 러시아산 대게/연합뉴스




중학생 딸과 초등학생 아들 둘을 둔 주부 송 모(42)씨는 최근 한 인터넷몰에서 대게 3㎏을 5만 원에 주문해 남편 포함 가족 5명이 배부르게 한 끼를 해결했다. 브랜드 치킨 한 마리에 대부분 2만 원이 넘고 배달비까지 내야하는 것을 고려하면 훨씬 저렴한 편이었다. 송 씨는 “최상급 대게는 아니었지만, 맛이나 수율 면에서 다 괜찮았다”며 “요즘 4~5명 외식 한 번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생각하면 가성비 면에서 만족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고급 식재료 중 하나로 꼽히는 ‘대게’ 가격이 최근 계속 내려가면서 ㎏당 가격이 웬만한 브랜드 치킨 한 마리 가격보다 저렴한 수준까지 내려왔다.

31일 노량진수산시장 경락 시세에 따르면 이날 러시아산 대게(활어) 1㎏의 낙찰 평균 가격은 2만 2800원으로 전날(2만 5600원)보다 11% 떨어졌다. 이달 1일(4만 1700원)과 비교하면 절반(45%) 가까이 가격이 내렸다. 일반 소비자가 소매상을 거칠 경우 3만~4만 원 대에 살 수 있지만, 최근에는 직접 경매 시간에 맞춰 시장을 찾아 낙찰 평균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하는 고객들도 늘고 있다.





이 같은 대게 시세 하락은 공급망의 문제가 아닌 수요 침체에 있다는 분석이다. 대게는 대부분이 러시아산인데, 주요 소비국인 미국으로 나가는 수출량이 가장 많다. 문제는 현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이 러시아산 대게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많은 물량이 아시아권으로 넘어온 상태인데, 아시아의 큰 시장인 중국에서도 경기 침체로 대게 소비가 줄어 한국으로 넘어온 물량이 많다”며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대게 경락 가격이 내려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이런 흐름이 이어졌으나 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원화 가격 하향세가 반영되며 시세 하락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라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한국 업자들이 러시아에서 받아야 하는 의무 물량 탓에 재고가 더 쌓이고 있다는 점도 가격 하락의 이유로 꼽힌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늘어난 가운데 현재 러시아에서는 대게 철을 맞아 정상 조업이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대형마트의 수산 바이어는 “법적인 사항은 아니지만, 비즈니스 관계상 한국 업자들이 러시아로부터 관행적으로 받아야 하는 물량이 있다”며 “국내 역시 경기 불황으로 내수 수요가 좋지 않아 재고가 쌓이는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수산업계에서도 가격 폭락을 막기 위해 대게를 냉동 물량으로 돌리는 등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고 있어 더 큰 폭락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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