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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두면 무조건 오른다"…난리 난 日 '포켓몬 카드' 절도·사기 얼룩 [일본相象]


‘일본相象(상상)’은 이웃나라 일본의 다양한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아울러 한국과 닮은 사회적 현상·맥락을 짚어보고 문제 의식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223만엔(약 2106만원)에 달하는 포켓몬 카드를 도난당한 매장. 야마나시TV 보도화면 캡처




국내에서 포켓몬빵이 출시 1년여 만에 1억봉 이상 팔린 가운데 일본에서는 포켓몬 카드를 노린 절도, 사기 사건이 잇달아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번지는 양상이다.

지난달 30일 NHK·YBS·산요신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야마나시현 후지요시다시 나카소네의 한 카드 판매점에 침입해 시가 223만엔(약 2106만원)에 달하는 포켓몬 카드를 훔친 남성이 이날 체포됐다.

도쿄도의 회사원인 무라카미 도모키씨(25)는 지난 8일 오전 1시께 영업이 끝난 가게의 유리문을 깨고 들어가 포켓몬 카드 74장과 현금 1만9700엔(약 18만원)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주변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피의자를 특정했다고 전했다.

그가 훔친 카드 중에는 한 장에 18만엔(약 170만원)에 달하는 고가 아이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을 인정한 무라카미는 “훔친 카드를 팔아서 돈을 벌었다. 다른 가게도 같은 수법을 통해 털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그의 자택에서 최소 1000장이 넘는 포켓몬 카드를 다량 압수했고 추가 범행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피해를 입은 매장의 업주는 “이만큼을 털렸다면 가게 하나가 망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라고 울상을 지었다.

223만엔(약 2106만원)에 달하는 포켓몬 카드를 도난당한 매장의 진열장. 야마나시TV 보도화면 캡처


포켓몬 카드는 최근 일본에서 가격이 급등한 탓에 미개봉 상품을 비롯한 일부 카드는 고액에 되팔 수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포켓몬 카드를 노린 범죄가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지난 9일에는 고가의 카드를 저렴하게 파는 척 피해자에게 접근한 23세 상습 사기범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고가의 카드를 판매하겠다고 속인 뒤 같은 캐릭터의 저렴한 카드를 보내는 수법으로 30여건의 사기 행각을 벌였다.

또 지난 6일 히로시마현에서 포켓몬 카드를 훔친 24세 회사원이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지난 3월 시가 38만3260엔(약 360만원)에 달하는 포켓몬 카드 16장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올해 1월에도 도쿄도 지요다구의 한 매장에서 포켓몬 카드 540장을 털어간 2인조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힌 바 있다.

범죄가 계속해서 이어지자 일부 현지 언론들도 과도한 포켓몬 카드 열풍을 우려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포켓몬 카드 신상품 발매일에 맞춰 오픈런·고가 되팔기가 횡행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포켓몬 카드 투자자’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카드의 가격 상승 시점을 예상하거나 매도·매수시의 정보 공유, 전매 목적의 대량 구입 등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다. 투기 목적의 사재기에 실수요자들도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달 14일 포켓몬 카드 운영사도 “카드 생산을 늘리고 정기적인 재판매도 실시하겠다”며 “공식 행사 참가자에 우선 판매를 하는 등 되팔기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과열로 인한 품귀 현상 등 이른바 ‘포케카(포켓몬 카드) 버블’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SPC삼립의 ‘포켓몬빵’ 제품군. 사진 제공=SPC삼립


포켓몬을 소장하려는 욕구가 국내에서는 포켓몬빵에 포함된 ‘띠부띠부씰(캐릭터 스티커)’로 표출됐다. 캐릭터 스티커와 더불어 운이 좋은 소수만 획득할 수 있는 ‘희귀템’ 이미지까지 생기면서 소비층은 크게 늘어났다. 포켓몬빵 인기에 불을 붙인 건 MZ세대였지만 재출시 50여 일이 지난 후 확산·지속시키고 있는 힘은 10대로 확장됐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2월 24일 SPC삼립이 16년 만에 재출시한 포켓몬빵은 43일 만에 판매량 1000만 개를 돌파했다. 두달 뒤에는 신제품 4종까지 내놨지만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 한때 편의점이나 소매점 등에 비해 물량 입고가 많은 대형 마트에서는 개점시간 전부터 대기 행렬을 이루는 이른바 ‘오픈런’까지 펼쳐졌다.

이들은 ‘추억’에 기꺼이 지갑을 연 ‘펀슈머’(funsumer)들이다. 소비를 하나의 ‘놀이’로 받아들여 지출을 마다치 않는 이들과 관련해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난 12일 YTN 라디오 ‘생생경제’에서 “철없을 때 열광했던 물건에 다시 빠져드는 편슈머의 모습”이라며 “어린 시절과 달리 어른 입장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살 수 있으니 약간의 보상 심리도 작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었다.

수도권 각지의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는 포켓몬빵을 세트로 묶어 일정 수량을 선착순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개점 전 먼저 도착한 이들에게 번호표를 배부해 한정 판매하는 방식이다.

1인당 6개씩 구매 수량을 제한했지만 한 번 입고될 때 들어오는 물량이 많아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곤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도 편의점보다 대형 마트에서 보다 쉽게 구매에 성공했다는 인증 후기가 넘쳐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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