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정유정(23세)에 대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결과, 수치가 정상인의 범주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6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정유정을 상대로 실시했던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 결과 등을 분석 중이다.
경찰은 정유정이 정상인 범주에 들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 종합적인 판단을 내린 뒤 이르면 오는 7일 검찰에 그 결과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분석된 검사 내용으로는 정유정이 정상인의 범주에 들지 못하는 '비정상적 특이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사이코패스 성향이 엿보이지만 사이코패스로 단정 짓기는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는 총 20개 문항으로 40점 만점이다. 한국은 통상 25점 이상, 미국은 30점 이상일 때 사이코패스로 간주한다. 일반인은 15점 안팎이다.
사이코패스 진단은 이런 점수 외에 대상자의 과거 행적과 성장 과정,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과거 범법 행위 등의 자료와 프로파일러 면접 결과 등을 근거로 임상 전문가가 종합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경찰은 정유정이 범행을 자백했지만, 여전히 범행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고 보고 보강 수사 차원에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를 진행했다.
이번 정유정 사건과 관련,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사이코패스 판단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 맞는 인자들이 포함돼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면서도 "정유정은 제가 보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분명히 그 영역 안에 들어와 있다. 범죄의 잔혹성과 계획성, 피해자에 대한 공감이 없었던 점은 분명 사이코패스의 영역"이라고 연합뉴스TV에 전했다.
지난 2일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정유정의 구속 기한이 끝나는 오는 11일까지 수사를 진행하고 필요하면 구속 기한을 한 차례 더 연장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정유정은 지난 2019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과는 다른 비사회적 성향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유정은 일면식 없는 타인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지만, 고유정은 준비된 장소로 남편을 끌어들여 범행을 저질렀다. 전문가들은 고유정은 사회적 성향이라면 정유정은 비사회적 성향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정유정이 반사회적 사고에 심취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서 사회에 적응을 잘 못 했을 수도 있고 이런 이유로 정서가 메말라 있었던 점이 범행과 관련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이 교수는 앞서 지난 3일 YTN '뉴스와이드'에서 "고유정이 가족에 집착하는 등 사회적 동물이라면 반대로 정유정은 그런 욕구도 없는 비사회적 성향으로 다른 특성을 가진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고유정은 밀접한 사람에게 복수한다는 관점에서 살인했지만 정유정은 낯선 사람에게 접근했다"고 말했다. 이어 "고유정의 경우 아주 치밀한 살인사건이지만, 정유정 사건은 살인을 하는 데까지만 목표를 뒀다"며 "시신을 유기하는 방식을 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짓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이라는 이유 말고 이 두 사건이 가지고 있는 공통점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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