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기간 우울증을 앓아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면 사망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A 씨의 유족이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돌려보냈다.
2010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던 A 씨는 2019년 11월 극단적 선택을 해 숨졌다. 2018년부터는 입원 치료가 필요한 수준으로 증상이 심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5월 A 씨는 물품 배송 업무를 하다 허리를 다쳐 일을 중단했는데 개인 사업자로 등록돼 있어 산업재해 보상을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이 심했다. 사망 당일에는 지인들과 많은 양의 술을 마시기도 했다. A 씨의 유족은 보험금을 청구했지만 거절 당했다. 보험사는 A 씨가 사망 당시 정상적인 분별력을 갖고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였기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A 씨의 손을 들어 보험금을 줘야 한다고 봤지만, 항소심 법원은 보험사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족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보험사에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A 씨가 장기간 우울증을 앓은 데다 사망할 무렵 경제적·사회적·신체적 문제로 증세가 악화했다고 판단했다. A 씨가 사망 직전 다소 분별력 있는 모습을 보였더라도 이는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진 이후의 사정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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