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업계가 ‘슈퍼사이클(대호황기)’에 조기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에 이들 종목을 담은 중공업 상장지수펀드(ETF)가 높은 성과를 내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조선·기계주가 수주 증가와 선가 상승, 실적 개선 등 겹호재에 힘입어 올 하반기 증시 주도주로 올라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8일부터 이달 8일까지 한 달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 중공업 ETF’와 KB자산운용의 ‘KBSTAR 200중공업 ETF’는 각각 15.19%, 15.14% 상승했다. 이들 ETF는 HD한국조선해양(009540)·삼성중공업(010140)·HD현대중공업(329180)·현대미포조선(010620)·대우조선해양(042660) 등 조선주와 두산밥캣(241560)·HD현대인프라코어(042670) 등 기계 건설 장비주를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다. 중공업 관련주를 포트폴리오에 대거 편입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기계장비 ETF’도 8.61% 오르며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 국내주식형 ETF의 평균 수익률이 4.64%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중공업 관련 ETF의 상승 곡선이 유독 가팔랐다.
전문가들은 중공업 ETF의 상승세가 조선 업계의 슈퍼사이클 진입이 머지않았다는 관측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HD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HD한국조선해양 산하 조선 3사는 올 들어 114억 2000만 달러(약 15조 원) 규모를 수주해 이미 연간 목표(157억 4000만 달러)의 72.6%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도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에서 원유 운반선 2척을 2275억 원에 수주하며 올해 목표의 28%를 채웠다.
국제유가 상승이 지속되는 점도 조선 업종에는 호재로 꼽혔다. 유가가 오르면 고부가가치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선과 해양 플랜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다음 달부터 하루 100만 배럴씩 추가 감산하겠다고 최근 예고했다. 다른 주요 산유국들도 4월 결정한 자발적 감산 기한을 내년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건설·기계 기업들의 실적 개선 흐름 역시 중공업 ETF의 오름세에 힘을 보탰다. 현대엘리베이(017800), 두산밥캣, HD현대인프라코어는 글로벌 사회 기반시설 투자 확대에 따른 실적 호조 기대감에 같은 기간 17.97%, 16.15%, 4.66%씩 올랐다. 전문가들도 2021년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 법안(IIJA)’ 통과를 계기로 미국 내 건설·기계 수요가 크게 살아날 것으로 보고 북미 사업 비중이 높은 두산밥캣·HD현대인프라코어 등의 올해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공급 부족 효과로 신조선가(새로 건조된 선박의 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며 “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업체들의 실적 개선 주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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